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37)가 38세 은퇴 계획을 접었다. 그래도 경쟁력이 안 되면 깨끗하게 물러설 것이라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다르빗슈는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연장 계약을 맺은 뒤 홈구장 펫코파크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전날(10일) 샌디에이고와 2028년까지 6년 1억800만 달러에 연장 계약하며 42세 시즌까지 보장받은 다음날이었다.
‘MLB.com’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다르빗슈는 “지금도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 믿기지 않는다. 장난 같다”며 웃은 뒤 “6년 계약을 제안받을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 샌디에이고가 내게 보여준 감사와 신뢰는 큰 의미가 있다. 그것이 계약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다르빗슈는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지난 2019년 2월 시카고 컵스와 6년 1억2600만 달러 FA 계약한 뒤 일본 ‘스포츠닛폰’과 인터뷰에서 다르빗슈는 “지금 계약이 끝나면 38세가 된다. 그 후에는 야구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95%다. 앞으로 40~50년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 마지막 10~20년은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하면 인생에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고 말해 계약 기간이 끝나는 올해가 마지막 시즌임을 암시했다.
하지만 다르빗슈는 마음을 바꿔 먹었다. 샌디에이고가 올해부터 2028년까지 6년 장기 계약을 보장하면서 보여준 신뢰가 결정적이었다. 지난달 중순 불펜 피칭을 마친 뒤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이 “앞으로 4년 더 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다르빗슈는 “나이가 있어 솔직히 모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서서히 연장 계약 논의가 시작됐고, 발 빠르게 6년 계약으로 이어졌다.
프렐러 단장은 “다르빗슈를 믿고 이 계약을 했다. 그가 오프시즌에 들이는 노력, 기술에 대한 관심을 보면 왜 최고의 성과를 거뒀는지 알 수 있다. 그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호기심이 많고, 야구를 사랑하며 누구보다 잘할 때도 로스터 26번째 선수처럼 노력한다”며 “그는 독특한 투수다.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다한다. 단지 구속이나 힘에 의존한 게 아니라 7~9가지 다양한 무기와 투구 요소를 갖고 있다. 앞으로도 마운드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에이징 커브를 극복하고 롱런할 수 있는 워크에식을 갖췄다”고 계약 배경을 밝혔다.
다르빗슈는 “솔직히 앞으로 얼마나 더 지금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마지막 3~4년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싶다. 안 되면 깨끗하게 그만둘 생각으로 하고 있다. 작년처럼 하루하루가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긴장감을 갖고 제대로 야구하는 게 중요하다”며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도 솔직히 모르겠다. 지금까지 경험을 믿고 하루하루 하다 보니 1년씩 거듭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언급했던 은퇴 이야기에 대해서도 다르빗슈는 “그때는 이렇게 긴 6년 계약을 받을 줄 몰랐다. 좋은 계약을 받더라도 그렇게 오래 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샌디에이고 구단이 보여준 신뢰가 컸다”며 “가족들의 거주,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봤을 때도 샌디에이고가 좋다. 우리 가족에게 큰 의미가 있는 계약이다”고 대답했다.
지난 2005년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데뷔한 다르빗슈는 7시즌 통산 167경기(1268⅓이닝) 93승38패 평균자책점 1.99 탈삼진 1250개로 리그를 평정했다. 2012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텍사스 레인저스, LA 다저스, 시카고 컵스를 거치며 메이저리그 10시즌 통산 242경기(1488이닝) 95승75패 평균자책점 3.50 탈삼진 1788개를 기록 중이다. 미일 통산 188승으로 200승까지는 12승 남았다. 앞으로 30승을 추가하면 한국인 박찬호가 갖고 있는 아시아 투수 역대 최다 124승 기록도 경신하게 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