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 유격수를 맡아야 한다".
사령탑의 은근한 경쟁유도이다. 주전은 짐짓 모른체 하지만 신경이 안쓰일 수 없다. 2년 차를 맞는 김도영(19)과 유격수로 자리를 잡은 박찬호(27)의 경쟁구도가 구축될까?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는 물론 오키나와 2차 캠프와 3월 시범경기까지 이어지는 장기전이다.
김종국 감독은 김도영을 두고 "포지션 하나를 확실히 잡는다면 팀이 그만큼 강해진다. 3루수와 유격수로 기용할 것이다. 장차는 유격수로 자리를 잡는 것이 팀에게 좋다"고 말했다. 김도영은 애리조나 캠프에서 작년보다 나아진 타격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는 김도영을 반드시 주전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작년 천재루키로 입단해 개막전 리드오프 겸 3루수로 선발출전했다. 시범경기 타격 1위의 위세가 대단했다. 그러나 상대투수들의 전력투구와 유인구에 고전했고 백업으로 밀렸다. 주로 대수비와 대주자로 나섰고 가끔 선발출전도 했다.
전반기는 고전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좋아졌다. 후반기에는 2할8푼3리의 타율을 기록하는등 적응력을 보였다. 발이 빠르고 수비도 안정되어 타격만 받쳐준다면 바로 주전감이다. 김도영이 타격만 된다면 KIA 공수의 힘은 그만큼 강해진다. 공격과 득점력의 패턴이 완전히 달라진다.
포지션은 일단 3루를 놓고 류지혁, 변우혁과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이다. 사령탑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유격수 박찬호와도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김도영이 유격수 후보라는 것이다. 말로만 그치지는 않았다. 애리조나 캠프에서 김도영은 사흘 훈련 일정 가운데 유격수 이틀, 3루수 하루씩 훈련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박찬호의 입지는 요지부동이다. 박찬호는 기본적으로 탁월한 수비력과 도루왕 2번을 따낸 주루 능력이 빛난다. 2022시즌에는 타격까지 일취월장했다. 타율 2할7푼2리, 45타점, 81득점을 올렸다. 출루율(.344)과 장타율(.341)도 올라가는 추세이다. 고과 1위에 올라 연봉 2억 원까지 올렸다.
정타 확률이 높아지면서 뻗어나가는 타구의 질이 강하고 빨라졌다. 4년 연속 풀타임 시즌을 보내며 체력관리를 하는 방법까지 터특했다. 이제는 3할 타율에 도전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과 경험을 갖추었다. 완전한 3할 유격수 탄생이라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김 감독은 김도영을 박찬호의 경쟁자로 포진시켜 윈윈 효과를 노리고 있다. 경쟁자가 있으면 더 잘하려고 노력할 수 밖에 없다. 박찬호의 타격을 극대화시키면서 김도영도 주전으로 함께 키우려는 의도로 보인다. 두 선수가 나란히 선발라인업에 들어가는 모습이 최상의 시나리오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