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감독의 연막작전? 호주전 선발 흘리기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3.02.11 13: 00

[OSEN=백종인 객원기자] 묘한 일이다. 며칠 전 한 매체의 보도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의 바쁜 동정을 전했다. WBC를 한달 앞두고 여러 팀 캠프를 돌아보고 있다. 선수들 상태를 체크하는 작업이다.
와중에 흥미로운 소식이 포함됐다. 애리조나 투산의 다이노스 훈련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용찬과 이 감독이 식당에서 마주쳤다. 이 자리에서 짧은 문답이 오갔다. 간단했지만 민감한 사안이 담겼다. “호주전 선발이 가능하겠나”라는 질문이었다. 크로스 체크도 이뤄졌다. 이 감독도 이를 시인했다.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넌지시 한번 물어봤다”고 밝혔다.
특이한 일이다. 대표팀 30명 중 투수만 15명이다. 이 중 10명이 선발 자원이다. 아시다시피 이용찬은 팀에서 마무리를 맡는다. 그런데 첫 경기 스타터를 고려한다니. 이후 그는 불펜 투구를 70개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이맘 때 그 정도 던지면서 페이스를 올린다”는 본인의 설명이 있기는 했다. 그래도 궁금증은 커져만 간다.
일면 이해가 되는 면도 있다. 이 감독이 오래 전부터 강조한 점이다. “호주 타자들이 변화구에 약하다. 땅볼을 유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용찬의 포크볼(스플리터)이 안성마춤이다. 그런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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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틀린 말은 없다. 예전에 선발로 뛴 경험도 있다. 하지만 과정이 미심쩍다. 만약 실제라면. 굳이 미디어에 알려질 상황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그런 의구심이다.
첫 경기(3월 9일 낮 12시) 호주전의 중요성은 당연하다. 예선 통과를 위해 절대적이다. 이 감독이 직접 방문해 전력 분석에 나설 정도다. 그런 대비 전략을 허술하게 다룰 리는 없다. 아무리 투구수 제한(예선 65개)으로 보직 개념이 약해도 그렇다. 선발 투수는 1급 보안사항이 분명하다. 그걸 아무 단속도 없이 미디어에 유통시키지는 않는다.
일단 당사자는 (선발 투입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낯설다는 반응이다. 투구수와 관계없이 집중력에 어려움을 겪게 되더라. 그런 답변을 감독에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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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부문은 선발 때부터 신경 쓴 부분이다. 땅볼 유도형에 집중했다. 아무래도 단기전은 장타를 조심해야 한다. 억제하려면 포크볼(스플리터)이나 체인지업, 투심이 필요하다. 더욱이 내야 라인업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토미 에드먼(2루)-김하성(유격)-최정(3루)이라면 충분히 안정적이다.
이 감독은 “좋은 변화구 투수를 많이 뽑았다”고 자신한다. 이용찬 외에도 김원중이 한 포크볼 한다. 움직임이 날카로운 투시머(two-seamer)들도 있다. 소형준과 정우영이다.
정우영은 땅볼 비율이 4.76이다. 리그 평균(1.07)보다 4배나 높다. 그러나 긴 이닝을 맡기기는 무리가 따른다. 선발 가운데는 고영표(1.86)가 1위다. 그는 체인지업 외에도 변화무쌍한 구질을 가졌다. 9이닝당 홈런 허용도 0.35로 안정적이다. 2년전 올림픽 때도 일본전 선발로 호투했다(5이닝 2실점).
이런 재목들을 놔두고 하필이면 이용찬이다. 그가 부적절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굳이 불펜 투수를, 그것도 외부 유출을 단속하지 않은 채. 당사자의 의향을 물었다. 게다가 확인 작업에도 흔쾌히 시인했다. “넌지시”라는 표현을 썼지만, 웃으며 답했다는 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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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토대로 한가지 추정이 가능하다. 상대를 헷갈리게 만드는 일이다. 흔히 말하는 연막 작전이다.
호주도 우리 상황과 다르지 않다. 첫 경기, 한국전에 총력을 쏟는다. 사소한 정보에도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미 어느 정도 짐작은 할 것이다. 대략 어떤 투수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 같은 것들이다. 아무래도 변화구 투수를 택할 것이다. 그런 눈치는 뻔하다.
그럼에도 전략적일 필요가 있다. 비슷한 스타일이라도 유형이 다르기 때문이다. 굳이 확신을 줄 이유는 없다. 조금이라도 여지를 남기는 게 낫다. 정보전, 심리전이 총동원 돼야 한다. 그만큼 치열한 게임이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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