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몸담은 LG를 떠나 한화에서 새출발하는 김정민(53) 배터리코치가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포수 지도에 여념이 없다.
지난 1993년 LG에 입단한 뒤 2009년까지 선수로 뛴 뒤 2010년부터 코치로 변신해 지난해까지 몸담았다. 선수로 16시즌, 코치로 14시즌을 합쳐 총 30년을 LG에서 보낸 김정민 코치는 지난해 11월 한화로 이적하며 새 도전에 나섰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얼굴에 인자한 목소리로 선수들과 함께하는 김 코치이지만 훈련 지도는 가볍지 않다. 현재 스프링캠프에 참가 중인 최재훈, 박상언, 허관회, 이성원 등 4명의 포수들이 수비 훈련을 마치고 나면 녹초가 된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고.
김 코치는 “포수는 한 번의 실수가 곧바로 실점으로 연결되는 정말 중요한 포지션이다. 그래서 훈련 강도가 높고, 양이 많을 수밖에 없다. 고된 훈련을 이겨내도록 하다 보니 코치가 인상 쓰고 있기보다 웃으려 노력하는 편이다”며 “포수는 투수뿐만 아니라 모든 야수를 아우르며 소통해야 하는 포지션이다. 가급적 웃으며 좋은 말로 다가가는 일이 많다 보니 그것이 생활화돼 잘 웃는 것 같다”고 말했다.
30년 몸담은 LG를 떠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김 코치는 “LG에서 정말 많이 배웠고, 다양한 경험을 해왔다. LG에서의 생활이 만족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한 곳에 오래 있다 보니 점점 내가 해온 것이 맞는지 의구심이 생겼다. 다른 곳에서도 내가 해온 것이 잘 접목될까, 더 배울 것은 없을까 생각하던 차에 한화로부터 제안이 왔다. 내게도 큰 전환점이 될 것 같아 결정했다”고 돌아봤다.
한화 포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느끼는 점도 많다. 김 코치는 “여느 팀들이 그렇듯 주전과 백업간의 격차가 크다. 최재훈이라는 주전 포수가 있어 시즌을 치르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백업 선수들이 성장해 그 격차를 줄여야 강팀이 될 수 있다. 내 목표 역시 젊은 포수들을 성장시키는 것으로 잡았다”며 “단기간 되는 것은 아니다. 팀 밸런스에도 영향을 끼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내가 가진 것들을 젊은 포수들에게 이식하고 지도해서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도 부임 후 2년간 백업 포수들에게 일정한 출장 기회를 부여하며 육성에 신경써왔다. 김 코치는 “수베로 감독님은 포수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잘 마련해준다. 주전과 백업 포수간 이닝을 확실히 관리해주는 감독이다”며 “실제 지난 시즌 최재훈이 약 850이닝, 백업 포수로 박상언이 약 330이닝을 소화했다. 백업 포수들에게 ‘300이닝이라는 기회가 있다’는 동기 부여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코치는 “이런 긍정적인 부분을 잘 살려 우리 팀에 가능성 있는 좋은 자원들을 성장시키는데 온 힘을 쏟고 싶다”고 다짐했다. 최재훈의 체력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것을 넘어 긴장시킬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포수 육성이 김 코치에게 달렸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