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너무 잘해도 만족이 안 될 것 같아요."
돌고 돌아서 드디어 고향으로 돌아왔다. 올해 FA 자격을 얻었지만 쉽게 행선지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가 스프링캠프 출발 약 보름 전, 롯데와 3+1년 최대 40억 원의 계약을 맺었다. 동삼초 경남중 경남고 출신의 부산 소년이었던 한현희는 2012년 넥센(현 키움)의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지명을 받으며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프로 12년차에 고향팀 롯데로 돌아왔다. 한현희는 "부산으로 오는 데 오래 걸렸다. 많이 돌고 돌아서 왔다. 그래서 여기서는 더 잘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한현희는 말 그대로 독기를 품었다. 지난해 '예비 FA' 시즌에도 불구하고 21경기 6승4패 평균자책점 4.75의 성적에 머물렀다. 그리고 키움이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돌풍을 일으켰지만 한현희는 플레이오프부터 엔트리에 제외되는 수모를 겪었다. 한현희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고 이후 FA 시장에서도 냉혹한 심판을 받았다.
비시즌을 준비하면서 결혼도 했고 다이어트도 독하게 했다. 롯데와 계약 시점에서 9kg이나 감량했다. 현재 괌 스프링캠프에서도 한현희는 점심도 거른 채 오전 오후로 독하게 훈련하고 있다. 바나나로 간단하게 에너지원을 채우는 정도다. 자칫 점심 식사가 오후 훈련에 지장을 줄 수 있고 실제로 오전 훈련 후 스트레칭 등 마사지를 받고 나면 다음 훈련까지 시간이 촉박한 것도 있다.
그만큼 훈련 강도는 롯데 선수단 가운데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불펜 피칭은 오는 11일부터 시작되는 3번째 훈련 턴 중에 펼칠 전망. 지금은 컨디셔닝 훈련과 밸런스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체중을 재보지는 않았지만 지금 안 빠지면 잘못된 것이다. 진짜 안 빠지면 잘못된 거다"라고 현재 훈련량에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이 모든 훈련을 감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이전까지 저는 독하게 해 본적이 없다. 이제는 진짜 독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다. 어떤 훈련이든 무조건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독하게','독기'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를 되돌아보면서 "후회가 가득한 한 해였다. 정말 많이 아쉬운 시즌이었다. 이런 시즌이 있었기 때문에 올해 정말 제가 독하게 준비를 하고 있다"라면서 "물론 내가 독하게 한다고 해서 독하다고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주변에서 '진짜 독하게 연습했다'라는 말이 나올 수 있게끔 계속 독하게 야구를 하려고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실 20대 초반 데뷔와 함께 한현희의 커리어는 탄탄대로였다. 2013년 27홀드, 2014년 31홀드로 2년 연속 홀드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2015년에는 11승과 10홀드로 두 자릿수 승리와 두 자릿수 홀드를 모두 기록했다. 2018년에는 11승의 선발 투수, 2019년에는 24홀드의 필승조로 활약했다. 말 그대로 전천후 투수였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일까. 한현희는 취재진의 질문에 "몸부림이라기 보다는 업그레이그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제가 올해 너무 잘해도 만족이 안될 것 같다. 제가 여태까지 느꼈는데 거기서 만족하면 거기서 멈춰버린 것밖에 안되는 것이다. 그래서 만족하지 않고 계속 좀 더 좋아지려고만 하고 있다"라고 강하게 말했다.
다시 돌아온 고향이다. 아내는 한현희에게 "사투리가 더 심해진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그리고 신혼생활을 즐길 새도 없이 스프링캠프에 왔다. 한현희는 "야구도 잘해야지 신혼도 잘 즐길 수 있다"라면서 "제가 잘해야 주변의 와이프나 제 가족들, 장모님과 장인어른 다 편해질 수 있다. 저만 잘하면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한현희는 고향팀에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마운드에 오르기를 기대하고 있다. 훈련은 독하게 하지만 잠깐 쉬는 시간에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새로운 동료들과 거리낌 없이 장난치기도 한다. 새로운 팀이지만 고향팀 롯데라는 유니폼이 주는 익숙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는 "저는 부산 사람이잖아요. 어릴 때부터 롯데를 보고 프로 선수를 꿈꿨다. 결국 돌고 돌아 정착한 곳이 롯데니까 좋은 것이죠"라면서 "각오는 다른 건 없다. 제가 열심히 하고 있다고, 잘하겠다고 10번, 1000번 말하는 것 보다 진짜 잘 하고 나서 팬들 앞에서 말씀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재차 각오를 다지며 롯데에서 부활을 다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