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72) KBO 총재는 해설위원 시절부터 ‘허프라’로 불렸다. 열악한 구장 환경에 쓴소리를 쏟아내며 야구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붙은 별명이다. 실제 허 총재는 KBO 야구발전위원장을 맡아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며 2010년대 광주, 대구, 창원에 이어 2025년 개장을 앞둔 대전까지 프로야구장 신축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봄 야구인 최초 총재 자리에 오른 뒤에도 인프라 구축을 위한 행보를 주도적으로 이어갔다. 야구 관련 인프라를 한 곳에 모아 대회, 훈련, 교육 및 유소년 육성과 경기력 향상을 위한 장으로 구상한 게 바로 야구센터다.
허 총재는 “아이들을 위한 야구 캠프가 없다. 축구에 비해 야구하는 아이들 숫자가 적은데 이대로 놔둬선 안 된다. 야구 저변 확대를 위해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지역별로 야구센터를 만들어 저변을 넓히고, 아이들이 큰 비용 들이지 않고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취임 1년 만에 허 총재의 구상이 실현됐다. KBO는 지난해 8월 야구센터를 건립할 지자체 공모에 나섰다. 야구장 2면 이상, 실내연습장, 웨이트 트레이닝장 및 교육 관련 부대시설과 숙소 등 인프라를 갖춘 지자체를 찾았다. 지자체의 참여 의지, 지역 접근성, 추가부대시설 및 제안 사향 등 운영 계획을 종합 평가한 뒤 현장실사를 거쳐 부산 기장군, 충북 보은군, 강원 횡성군을 야구센터로 최종 선정했다.
9일 서울 도곡동 KBO 회관에서 3개 지자체와 야구센터 운영 협약식도 가졌다. 허 총재와 함께 정종복 기장군수, 최재형 보은군수, 김명기 횡성군수가 협약서에 서명을 했다.
허 총재는 “3개 지자체가 야구를 매개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야구 발전이란 상생을 위해 하나 됨을 공표하는 자리”라며 “KBO 야구센터로 선정된 3개 지자체들의 훌륭한 인프라를 활용해 대회 및 훈련, 유소년 선수 연령·포지션별 기본기 교육, 우수 선수 육성 캠프 등 한국 야구 미래 경쟁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운영 계획도 세워졌다. 허 총재는 “티볼 보급과 어린이 야구캠프, 동호인야구, 대학동아리야구, 여자야구 등 야구 저변 확대 프로그램을 확충하고, 선수·지도자·심판 교육 및 R&D 활동을 통해 지역 거점형 야구클러스터로 정착시켜 야구센터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야구 생태 기반을 구축해나갈 것이다”고 설명하면서 “KBO의 중장기 첫걸음에 함께해준 기장, 보은, 횡성군에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지속적인 성장과 새로운 도약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3개 지자체 단체장들도 KBO에 감사를 표하며 야구센터가 지역 거점으로 메카로 자리잡을 수 있게 관심과 지원을 약속했다. 정종복 기장군수는 “우리 군에서 조성 중인 야구테마파크가 대한민국을 넘어 야구 발전을 선도하는 국제적인 야구 메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고, 최재형 보은군수도 “스포츠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고, 지역 경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KBO의 각종 훈련과 교육에 불편함이 없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김명기 횡성군수도 “강원도가 야구 불모지인데 수도권을 아우르는 야구 메카로 잘 성장하겠다. 허구연 총재의 뜻을 잘 받들어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 야구는 최근 몇 년간 국제대회 부진과 경기력 저하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속적인 출산율 감소로 유소년 야구부터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등 풀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저출산 시대를 맞아 저변 확대는 야구계의 시대적 과제가 됐다. 3개 지자체에 만든 KBO 야구센터가 새 시대 야구 발전의 밑거름이자 든든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