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리 잰슨(36·보스턴 레드삭스)은 포수에서 투수로 변신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선수다.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의 LA 다저스 시절 동료로 국내 팬들에게 잘 알려진 잰슨은 포수로서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도루 저지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통산 타율 2할2푼9리에 불과할 만큼 공격력은 기대 이하. 다저스는 잰슨에게 투수 전향을 권유했고 잰슨은 지난해까지 통산 391세이브를 거둔 메이저리그 최고의 클로저로 우뚝 섰다.
NC 다이노스 투수 임지민도 잰슨과 같은 길을 걷는다. 강원고 시절 주전 포수로 활약했던 그는 팀 사정상 가끔 마운드에 오른 게 전부였다. 프로 데뷔 후 투수로 전향해 퓨처스팀의 마무리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31차례 마운드에 올라 1승 2패 10세이브를 따냈다. 평균자책점은 1.55. 29이닝 동안 35개의 삼진을 솎아냈다. 최고 150km의 빠른 공과 슬라이더, 포크볼이 주무기다.
퓨처스 캠프에서 올 시즌을 준비 중인 임지민은 데뷔 첫해를 되돌아보며 "고등학교 때 포수와 투수를 겸해 프로 첫해 어려움을 겪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됐다. 코치님들께서 잘 가르쳐주신 덕분"이라며 "개인 성적도 나쁘지 않았고 퓨처스 올스타전에 나가는 등 많은 걸 경험한 한 해였다"고 말했다.
두둑한 배짱은 임지민의 장점. 그는 "원래 배짱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계속 기회를 주신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고 자신감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소방수 중책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처음에는 긴장하기도 했지만 접전 상황에 나서면 뭔가 짜릿한 느낌이 든다"고 씩 웃었다. 그는 KIA 리드오프로 활약했던 최원준(상무)을 잡아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임지민의 스프링캠프 주요 과제는 체력 강화. 그는 "힘이 많이 들어가거나 체력이 떨어지면 투구 폼이 흐트러지는데 체력을 키우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면서 몸무게가 6~7kg 정도 늘어났다. 피칭할 때 힘이 붙었다는 게 느껴졌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새로운 피칭 레퍼토리를 추가하기보다 기존 구종의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
'끝판대장' 오승환(41·삼성) 같은 마무리 투수가 되는 게 꿈이다. 임지민은 "어떠한 상황이든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지난해 9월 확대 엔트리에 맞춰 1군 승격이 유력했으나 컨디션이 좋지 않아 1군 데뷔를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그는 1군 마운드에 선 모습을 상상하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1군 경기에 등판하는 상상을 자주 하는데 올 시즌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임지민의 이름 앞에 '강원고 출신 1호 프로 선수'라는 타이틀이 따라붙는다. 그는 "1호 프로 선수라는 책임감이 크다. 후배들이 훌륭한 감독님과 코치님의 가르침을 받아 프로 무대에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올 시즌 목표는 1군 무대 데뷔. "1군에 가서 한 번이라도 던져보고 싶다"는 임지민은 "잘해서 자리 잡게 된다면 타이틀을 획득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