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괌 스프링캠프. 어림 잡아도 2시간. 이 2시간 내내 배팅머신이 돌아간다. 코치들의 배팅볼까지 더해진다.
태양이 가장 뜨거운 오후 시간대에 타자들은 쉬지 않고 배트를 돌리고 갖다 대면서 타석에서의 스킬을 키워가고 있다.
롯데의 올 시즌 화두는 ‘뎁스’다. 비시즌 내내 투수진과 야수진 뎁스를 키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투수진에서 차우찬, 신정락, 김상수, 윤명준 등 방출 선수에 FA로 한현희까지 영입했다. 야수진에서도 포수 유강남, 내야수 노진혁을 영입했고 좌타 포수 이정훈, 발 빠른 외야수 안권수를 더했다. 이들 모두 괌 스프링캠프에 참여하고 있다.
물론 기존의 자원들도 합류했다. 사실 롯데의 주전들은 손색이 없다. 주전 선수층은 그 어느 팀보다 탄탄하다. 구단의 대들보였던 ‘조선의 4번타자’, ‘거인의 자존심’, ‘빅보이’ 이대호가 은퇴했지만 전준우, 한동희, 안치홍, 정훈, 외국인 타자 잭 렉스에 주전이 될 포수 유강남과 유격수 노진혁까지. 주전급 라인업은 그 어느 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문제는 백업 선수층이다. 백업 선수층은 한없이 빈약하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고 기대주들이 성장하고 있지만 주전을 확실하게 보좌할 수 있는 백업이 될 수 있냐고 묻는다면 아직은 의문부포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이대호가 빠진 공백을 한 명이 채우기 힘들기에 ‘십시일반’의 마음가짐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백업 선수들의 생산력도 주전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해야 한다. 그렇기에 이들에게 수비 훈련은 물론 타격과 번트 훈련 등 방망이로 하는 훈련량을 늘렸다.
박흥식 수석 및 타격 코치는 내야수 김주현, 외야수 최민재 등 지난해 1군에서 기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을 칭찬했다. 박 코치는 “김주현(30)과 최민재(29)도 갖고 있는 재능이 풍부하다. 그래도 나이가 있기에 기회를 줄 수 있다”라면서 “아마 본인들이 가장 간절하지 않을까”라며 이들에게 기회를 줄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선수 본인들이 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들 외에도 내야수 김민수는 한동희와 3루에서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고 외야진의 비슷한 유형인 안권수, 황성빈, 장두성은 외야 한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을 펼칠 수 있다. 내야진의 이호연, 이학주, 박승욱, 김세민도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경쟁과 훈련은 뎁스를 강화시키는 지름길이다.
박 코치는 현재 선수단 구성에 대해서 “주전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뎁스가 많이 좋아졌다. 누구 한 명이 빠져도 대신해서 자리를 채워줄 선수들이 기대된다”라면서 달라진 선수층 상황에 흡족해 했다.
하지만 기대가 되기에 더욱 손을 놓을 수 없다. 타자들은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기본적인 프리배팅 훈련에 김평호 작전 주루 코치의 주도 아래 이뤄지는 번트 훈련까지 로테이션으로 소화한다. 말 그대로 선수들은 쉬지 않는다. 여기에 선수 본인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30분~1시간 가량 엑스트라 훈련까지 한다. 엑스트라까지 끝나고 숙소에 복귀하면 시간은 오후 4시. 박흥식 코치는 이를 끝까지 지켜본다.
주장 안치홍은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이)대호 형의 공백이 워낙 컸지만 그것을 남은 선수들이 채워야 하는 게 프로 선수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도리라고 생각한다”라고 선수단에게 메시지를 던졌다. 과연 이대호의 공백을 강화된 뎁스, 백업 선수들의 성장으로 채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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