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에게 구속이 전부는 아니지만 구속은 언제나 투수들의 컨디션 측정의 척도이자 가치를 나타내는 수치였다. 스프링캠프에서 구속은 몸을 얼마나 잘 만들어 왔는지, 현재 컨디션 페이스가 어떤지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다. 많은 구단들이 외국인 투수들, 신인 기대주들이 구속을 측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부분 150km를 넘나드는 구속에 팬들의 기대치는 상승한다.
다만, 롯데의 괌 스프링캠프 불펜피칭장에는 스피드건이 없다. 랩소도, 포터블 트랙맨 등 최신 측정 장비들도 없다. 현재 구속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라 실제로 구속을 측정할 만한 선수들의 몸 상태가 아니라는 것.
롯데는 현재 ‘독사’ 김현욱 트레이닝 코치와 함께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러닝을 기본으로 해서 컨디셔닝 훈련 등으로 선수들을 녹초로 만들고 있다. 투수들과 야수들 모두 혀를 내두르고 있는 실정.
오전에 가장 힘이 있는 상황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실시한 뒤 러닝 등의 프로그램, 수비 훈련 등을 소화하고 오후에서야 불펜 피칭을 실시한다. 당연히 몸에 힘은 많이 빠진 상태이고 이 상태에서 불펜 피칭을 하고 있는 것.
배영수 코치, 김현욱 코치 모두 의도한 현재 상태다. 배영수 코치는 “힘이 당연히 없을 것이다. 구속 측정을 할 수가 없다. 가장 지친 순간에 공을 던지게 하면서 가장 어려울 때 밸런스를 잡고 힘을 빼고 던지는 과정을 연습하게 하고 있다. 의도대로 잘 가고 있는 것 같다”라면서 “제일 힘든 상황에서 피칭을 하면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공 던지게 하면서 지치게 하려면 200개 정도 던져야 한다. 그러면 몸에 무리가 오지 않나. 그래서 컨디셔닝으로 몸을 힘들게 만든 다음에 공을 던지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수들도 일단 새로운 방식을 믿고 따라가는 과정이다. 최준용은 “힘들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몸이 너무 무겁다. 가장 힘들 때 피칭을 하는데 그렇게 공을 던질 줄 알아야 하는 것 같고 또 투수들의 컨디션이 항상 좋을 수는 없으니까 그런 상황을 대비하는 것 같다. 최악의 상황에서 하는 것”이라면서 “색다른 경험이고 해보지 못한 훈련들이다. 하지만 훈련 속에서 얻는 것도 있을 것 같고 힘을 빼고 던지는 느낌을 얻었다. 지금은 구속을 신경 쓰는 시기는 아니다. 몸 상태에서 저희가 준비했던 퍼포먼스를 내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롯데는 1년 내내 꾸준한 퍼포먼스를 위해서는 지금 강한 훈련으로 체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가 판단했다. 시즌 초중반 좋은 페이스로 상승세를 타다가 여름을 기점으로 페이스가 뚝 떨어지는 것은 체력이 부족했다는 판단이다.
김현욱 코치는 “체력 훈련에 저축은 안된다는 게 제 신조다. 체력 훈련을 지금 해놨다고 해서 시즌 내내 간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런데 지금 왜 이렇게 강하게 훈련하는 이유는 훈련을 하고 회복하는데 호흡 때문이다. 호흡의 회복은 기본이다. 호흡이 좋아지면 산소 공급이 빨라지니까 회복이 빨리된다”라면서 “그 능력을 캠프에서부터 키우는 것을 항상 먼저 해왔고 롯데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먼저 실시하고 있다. 캠프 초반 인터벌 러닝으로 숨을 몰아치듯이 훈련을 시키면서 습관을 만들고 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습관이 들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삼성, LG 그리고 롯데까지 김현욱 코치와 함께하고 있는, 이와 같은 트레이닝을 20년 가까이 받아온 차우찬은 “큰 틀이 변한 것은 아니다. 20년 동안 해서 저는 아무렇지 않다”라고 웃으면서 “그래도 계속 하다 보면 좋아지는 것을 느낄 것이고 그러다 보면 더 열심히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롯데는 격변의 순간을 통과하고 있다. ‘윈나우’를 선언한 이상,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과연 롯데의 변화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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