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서 10년 넘게 국가대표 포수를 육성한 세리자와 유지(55) 두산 배터리코치가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고국 일본이 아닌 한국을 응원하겠다는 소신 발언을 했다.
지난해 SSG 2군 배터리코치였던 세리자와 코치는 올해 새롭게 출범한 두산 이승엽호의 배터리코치로 선임됐다. 세리자와 코치는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에서 돌아온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를 비롯해 안승한, 장승현, 박유연, 신인 윤준호 등을 지도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세리자와 코치는 “두산은 예상한 대로 선수들이 스마트하다. 예를 들어 캐치볼만 봐도 허경민, 양의지 등 많은 선수들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행동한다는 걸 느낄 수 있다”라며 “특히 양의지는 박경완, 진갑용 등 역대 KBO리그 명포수들에 뒤지지 않는 톱레벨에 있는 선수 같다”라고 두산 생활에 흡족해했다.
세리자와 코치는 지난 2010년 SSG의 전신인 SK 1군 배터리코치를 맡으며 한국야구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 왕조의 배터리코치를 담당했고, 능력을 인정받아 LG, SSG에서도 배터리 지도를 맡았다. 세리자와 코치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진갑용, 박경완, 유강남, 이지영 등 수준급 포수들을 지도했다. 이번 WBC 역시 세리자와 코치와 모두 인연이 있는 양의지, 이지영이 포수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3월 WBC에서 숙적 일본과 같은 조에 편성됐다. 이에 일본 언론이 한국야구 전문가인 세리자와 코치를 통해 한국 국가대표 포수진을 파악하려 했다. 그러나 세리자와 코치는 고심 끝 이를 거절했다.
세리자와 코치는 “이번 한국 대표팀의 포수가 양의지, 이지영이 아닌가”라며 “솔직히 말씀드리면 일본 쪽에서 WBC와 관련해 취재 요청이 왔는데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 거절했다. 내 제자인 양의지, 이지영 두 선수가 모두 대표팀 포수이기에 난 솔직히 한국을 응원한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10년 이상 보내서 오히려 일본 선수들을 더 모른다. 그리고 난 지금 두산 소속이다. 두산에서 급여를 받는 입장이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일본은 별로 응원하지 않는다. 이건 정말 솔직한 이야기다”라고 구체적인 의견을 덧붙였다.
그렇다면 한국 취재진에게는 일본전 비책을 공개할 수 있을까. 세리자와 코치는 “사실 일본에서는 나에 대한 관심이 크게 없다. 난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라며 “키포인트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다. 다만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한국 타자들이 그의 직구는 어떻게든 쳐낼 것으로 본다. 결국은 변화구를 칠 수 있느냐의 싸움이다”라고 바라봤다.
국가대표 주전 포수로 나서는 양의지를 향한 조언도 들을 수 있었다. 세리자와 코치는 “양의지의 마음이 굉장히 복잡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올림픽의 빚을 갚아야한다는 생각도 분명 있을 것이다. 또 두산의 중심으로서 시즌을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을 것 같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난 양의지를 응원한다. 무게감이 클 텐데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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