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 불패는 끝나지 않았다. 53세 중년 투수 구대성을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도 주목했다.
‘MLB.com’은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영원히 던질지도 모르는 53세 구대성은 1993년 데뷔해 현재도 활동 중이다’며 지난달 호주프로야구(ABL)에서 투수로 깜짝 등판해 화제를 모은 구대성의 근황을 전했다. 1969년 8월2일생인 구대성은 생일이 지나지 않아 만으로 53세다.
MLB.com은 ‘구대성. 뉴욕 메츠 팬이라면 그 이름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지도 모른다. 랜디 존슨에게 2루타를 치고 번트에 홈을 파고든 장면은 1년에 1~3번 SNS에 나온다’며 지난 2005년 메이저리그 시절 명장면을 소개했다.
그해 5월22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6회 구원등판한 구대성은 7회 타석에서 당대 최고 투수 랜디 존슨에게 중견수 키 넘어가는 2루타를 터뜨렸다. 계속된 무사 2루 호세 레이예스의 번트 때 구대성은 3루를 지나 홈으로 쇄도, 간발의 차이로 세이프되며 3-0으로 달아나는 쐐기 득점까지 올렸다. 홈구장 셰이스타디움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든 순간이었다.
아들의 통역으로 취재에 응한 구대성은 “사람들이 나를 떠올리면 그 경기를 많이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때 슬라이딩 과정에서 어깨 부상을 입은 구대성은 33경기 6홀드 평균자책점 3.91의 성적을 남긴 뒤 이듬해 KBO리그 한화 이글스로 복귀, 1년간 짧지만 강렬한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무리했다.
잊을 만하면 이 장면으로 MLB.com에 소개되는 구대성이 이번에는 다른 일로 화제가 됐다. 지난달 호주에서 보여준 깜짝 투구 때문이었다. 구대성은 지난달 질롱 코리아 소속으로 3경기 2⅓이닝 1피안타 2볼넷 2탈삼진 2실점(무자책)을 기록했다. 최고 구속 123km에 완급 조절로 53세 투수라곤 믿기지 않는 투구를 선보였다. 구대성은 “아직 왼팔이 살아있다”며 웃으며 말했다.
MLB.com은 ‘2005년 메츠에서 랜디 존슨 상대로 마법의 순간을 연출할 때 구대성은 35세였다. 이미 한국과 일본에서 11년간 스타로 활약했고, 메츠를 떠난 뒤에도 투구를 멈추지 않았다’며 ‘KBO에서 은퇴한 뒤 다시 한번 대륙을 뛰어넘어 호주리그에 합류했다. 올해의 구원투수상을 두 번 수상하면서 5시즌 평균자책점 2.15를 기록했다’고 구대성의 끝없는 여정을 설명했다.
2015년을 끝으로 사실상 은퇴한 구대성은 2018~2019시즌 질롱 코리아 감독으로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당시 49세였던 구대성은 “대부분 팀원들이 20대나 30대 초반이었다. 그들은 내가 돌아온 것에 놀랐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고 떠올렸다. 당시 1이닝 무실점으로 막은 게 마지막 투구일 줄 알았는데 이번에 4년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올라 호주 최고령 기록을 썼다.
구대성은 “기회가 생기면 던질 수 있게 항상 투구 연습을 해왔다”며 “구속이 10마일(16.1km) 줄어 75마일(120.7km) 정도 나왔다. 공이 너무 느려 타자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며 “나이에 한계가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호주든 한국이든 팔을 쓸 수 있을 때까지 내가 사랑하는 일, 공 던지는 것을 가능한 오랫 하고 싶다”는 말로 현역 연장을 예고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