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마지막 해를 앞둔 두산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38)가 신인의 마음으로 스프링캠프에 임하고 있다. 지난 2년의 아쉬움을 털고 다시 팬들의 박수를 받기 위해 초심을 되찾으려는 그다.
지난 2021년 1월 두산과 3년 25억 원에 두 번째 FA 계약을 체결한 김재호. 어느덧 시간이 흘러 계약 마지막 해가 찾아왔다. 지난 2년간 그의 퍼포먼스는 기대 이하였다. 재계약 첫해 89경기 타율 2할9리에 이어 지난해에도 102경기 타율 2할1푼5리로 부진하며 ‘먹튀’ 논란에 시달렸다. 계약 기간의 절반이 넘는 2년 동안 타율 2할1푼2리의 슬럼프를 겪으며 천재 유격수의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다.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김재호는 “지난 2년 동안 고참이니까 솔직히 ‘슬슬 하자’, ‘몸 사리자’ 이런 마음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어깨도 좋지 않았다”라며 “이제는 그런 부분을 스스로 지우려고 한다. 고참이니까 슬슬 움직여도 되는 건 없다. 이제는 어린 친구들보다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해도 겨우 따라갈 정도다. 그 동안 힘들게 해왔으니 조금 살살 하자는 마음을 가졌는데 자연스럽게 체력이 떨어졌다”라고 털어놨다.
각성한 김재호는 화려한 피날레를 위해 스프링캠프 이전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계약 마지막 해라는 게 크게 실감나진 않는다. 평소와 똑같다”라면서도 “대신 조금 더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 작년 후반기 때부터 경기를 많이 안 나가다 보니 준비할 시간이 많았다. 올해는 잘하고 싶다. 아니 잘해야 한다”라고 달라진 마음가짐을 전했다.
김재호는 이번 캠프에서 솔선수범의 정석으로 불리고 있다. 워밍업 때부터 가장 첫 줄에 서서 그 누구보다 파이팅을 외치며, 수비 훈련을 할 때도 과거 천재 유격수가 그랬던 것처럼 몸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 2년의 야유를 박수로 바꾸기 위해 그 누구보다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김재호는 “초심으로 돌아가 운동을 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어깨와 허리가 아팠는데 이제 통증도 없다. 다만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훈련할 때 조금 무리하면 허리가 아프다”라고 웃으며 “이제 나이 먹었다고 뒤로 빠지지 않는다. 내가 앞에서 움직이고 파이팅을 외치면 후배들도 당연히 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김재호는 지난해 구단 회식에서 후배들을 향해 사과한 사연도 공개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내가 작년에 뒤로 빠져 있어서 미안하다고 했다. 후배들을 위해, 또 팀을 위해 쓴소리도 해주고 칭찬도 해줬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을 하지 못한 걸 인정했다. 올해부터는 내가 더 앞장서서 쓴소리도 하고, 팀이 뭉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실천을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김재호에게 2023시즌은 결코 끝이 아니다. 계약은 만료되지만 마지막 해를 맞아 천재 유격수의 면모를 되찾는다면 현역 연장을 고려할 생각이다. 그러나 일단 그 전에 지난 2년의 아쉬움을 씻고 두산 팬들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김재호는 “제1의 인생이 야구인데 누구나 길게 그 인생을 살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라며 “지난 2년 동안 사람들에게 야유를 많이 받았는데 이제는 많은 환호를 받으면서 가고 싶다. 그걸 위해서 노력 중이다. 올해 모든 두산 팬들에게 환호를 받는 그런 시즌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 후회 없이 해보겠다”라고 반등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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