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새 외국인투수 딜런 파일(27)의 KBO리그 도전 뒤에는 4년 전 리그를 평정했던 조시 린드블럼(36)의 특급 조언이 있었다.
딜런은 작년 11월 총액 65만 달러(약 8억 원)에 두산 새 외국인투수가 됐다. 시드니 스프링캠프에서의 적응 속도는 빠르다. 첫날부터 배탈로 고생을 겪기도 했지만 이후 빠르게 상태를 회복해 6일까지 총 두 차례의 불펜피칭을 했다. 딜런의 공을 처음 받은 양의지는 “경기가 2시간 만에 끝날 것 같다. 뷰티풀 피칭이다”라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두산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딜런은 “현재까지 캠프가 정말 재미있다. 팀원들과 서로 알아가는 단계에 있고, 팀이 어떻게 훈련하는지 보고 있는데 즐겁다. 몸 상태도 매우 좋다”라고 순조로운 적응을 알렸다.
딜런은 신장 185cm-체중 92kg의 신체 조건을 갖춘 우완 정통파 투수로,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밀워키 브루어스 21라운드 지명을 받고 마이너리그에서만 활약했다. 통산 성적은 102경기(선발 90경기) 34승 29패 평균자책점 4.04. 최고 152km의 직구 아래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구사한다.
딜런의 한국행 결심 뒤에는 밀워키 시절 함께했던 린드블럼의 조언이 있었다. 린드블럼은 지난 2019년 두산에서 30경기 20승 3패 평균자책점 2.50으로 호투하며 MVP, 골든글러브, 투수 3관왕(다승, 탈삼진, 승률)을 석권했다. 아내와 함께 도전을 고민하고 있던 찰나 KBO리그 경력자의 조언이 결심에 큰 도움이 됐다.
딜런은 “최근 2년 동안 린드블럼과 팀 동료였는데 한국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나쁜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다”라며 “일단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가 예쁘고, 야구도 경쟁력 있는 리그라고 말해줬다. 두산에서 날 잘 보살펴줄 거라는 말도 들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 내가 린드블럼을 한 번 뛰어넘어 보겠다”라는 당찬 포부를 덧붙였다.
딜런의 강점은 정교한 제구력이다. 마이너리그 시절 495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삼진은 427개를 잡은 반면 볼넷은 113개에 불과했다. 정재훈 투수코치는 “확실히 투구가 안정적인 것 같다. 볼넷을 3개 이상 내준 경기가 최근 몇 년간 1~2경기밖에 없다고 하더라. 제구는 확실히 좋다”라고 평가했다.
딜런은 이에 대해 “제구력은 대학교 때부터 장점이었다. 프로 입단해서도 제구력을 향상시키는 훈련을 많이 했다”라며 “최근 구속을 끌어올렸는데 또 그에 걸맞은 제구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KBO리그 공인구 적응도 빠르다. 딜런은 “미국 공보다 쫀득쫀득한 느낌이 든다. 크기는 더 작다. 손에서 나가는 느낌이 좋다”라며 “변화구가 내 강점인데 새 공인구가 변화구 구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딜런은 돌아온 에이스 알칸타라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알칸타라는 2020년 두산에서 20승을 거둔 뒤 일본프로야구에서 2년을 뛰고 복귀했다. 딜런은 “알칸타라를 따라다니면서 그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고 따라하려고 한다. 알칸타라의 행동이 한국 정서에 맞기 때문이다. 올바른 행동에 도움이 된다”라고 밝혔다.
딜런의 KBO리그 첫해 목표는 두산의 우승이다. 팀이 우승하면 자연스럽게 개인의 성적도 좋아질 것이란 시선이다. 딜런은 “내가 경기에 나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내 등판 때마다 팀이 승리하는 게 우선순위다. 그렇게 하다보면 린드블럼, 알칸타라처럼 20승은 아니더라도 승수가 쌓일 것이다. 팀이 좋은 시즌을 보내야 나도 좋은 시즌을 보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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