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가 어릴 때부터 롤모델로 삼았던 일본프로야구 대표 강타자 야나기타 유키(35·소프트뱅크 호크스)는 지난달 중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대표팀에 일찌감치 사퇴 의사를 밝혔다. 2021년 도쿄 올림픽 멤버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지난해 극심한 부진을 겪었고, 올해는 시즌 준비에 집중한다.
지난 5일 일본 ‘넘버웹’에 따르면 야나기타의 부진 이유는 체중 관리 실패 때문이었다. 야나기타는 “보통 체중이 90~91kg 정도 되는데 지난해는 개막 때 103kg까지 나갔다. 트레이닝으로 만든 게 아니라 그냥 살이 찐 것이었다”고 돌아봤다.
갑자기 체중이 13kg 붙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지난해 2월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코로나 확진으로 요양 시설에서 격리 생활한 것이 발단. 식단 관리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입이 허전해진 야나기타는 지인들에게 여러 음식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컵라면, 과일 샌드위치, 찹살떡 등 간식으로 허기를 달랜 야나기타는 “운동도 안 하고 먹기만 했다. 원래 과자를 먹는 편이 아니었는데 단 음식에 눈을 떴다”며 “복귀 후에도 그때 습관이 몸에 밴 것처럼 먹었다”고 털어놓았다.
시즌 중 체중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했지만 한 번 붙은 살은 쉽게 빠지지 않았다. 체중 관리 실패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고, 타격 밸런스마저 깨졌다.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과자를 찾게 되고, 살이 빠지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지난해 성적은 117경기 타율 2할7푼5리(437타수 120안타) 24홈런 79타점 OPS .829. 비교적 준수한 성적이지만 일본 대표 강타자인 야나기타의 이름값에 걸맞지 않았다. 지난 2013년 풀타임 주전으로 자리잡은 뒤 10년 통틀어 가장 저조한 기록이었다.
“컨디션이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 한 해였다”는 야나기타는 이번 오프시즌에 인생 첫 단식도 했다. 소화 기관을 쉬게 하거나 몸을 해독하는 목적. 야나기타는 “95kg 체중으로 캠프에 들어왔다”며 “어느새 30대 중반이다. 최고 컨디션으로 시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겠다. 최근 몇 년간 기록하지 못한 30홈런을 목표로 지난해 아쉬움을 확실히 만회하고 싶다”고 말했다. 야나기타의 마지막 30홈런 시즌은 5년 전인 2018년(36개)이다. 최근 3년간 홈런 숫자는 각각 29개, 28개, 24개.
우투좌타 외야수 야나기타는 지난 2011년 소프트뱅크에서 1군 데뷔 후 12년 통산 1255경기를 뛰며 타율 3할1푼5리 1379안타 238홈런 770타점 158도루 OPS .960을 기록 중이다. 2015·2018년 두 차례 타격왕, 2015~2018년 4년 연속 출루율·장타율 1위를 휩쓸었다. 2015·2020년 두 차례 리그 MVP를 수상하면서 베스트나인에도 6차례 선정됐다.
공수주 삼박자를 두루 갖춘 호타준족으로 헬멧이 벗겨절 정도로 하는 풀스윙이 트레이드마크. 미국 메이저리그의 관심도 받았지만 2019년 시즌을 마친 뒤 소프트뱅크와 7년 장기 계약으로 일본에 남았다. 소프트뱅크는 야나기타가 데뷔한 후 5번의 리그 우승과 4년 연속 포함 7번의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전성기를 보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