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시절 배명고 오타니 쇼헤이로 불렸던 사나이가 진짜 오타니 쇼헤이를 상대하러 일본 도쿄돔으로 향한다.
두산 영건 곽빈(24)은 지난달 발표된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30인 엔트리에 승선하며 생애 첫 성인 국가대표의 꿈을 이뤘다. 곽빈은 오는 3월 WBC 대비를 위해 호주 시드니 두산 스프링캠프에서 국가대표 절친 정철원과 함께 WBC 공인구로 불펜피칭을 실시하고 있다. 첫 피칭 때만 해도 다소 어색한 감이 있었지만 6일 피칭에서는 한층 위력적인 구위를 뽐내며 전망을 밝혔다.
현장에서 만난 곽빈은 “공인구는 미끄럽고 한국 것보다 크다. 그래도 비시즌 때 많이 던졌는데 오랜만에 다시 잡고 던지니까 적응이 잘 안 된다”라며 “여기에 (양)의지 선배와 몇 년 만에 함께 하다 보니 긴장했다. 내 공을 받아주시는 것 자체가 긴장된다. 평소보다 더 잘 보여야한다는 생각이 컸다”라고 말했다.
2018 두산 1차 지명된 곽빈은 지난해 프로 5년차를 맞아 마침내 알을 깨고 나왔다. 시행착오를 거쳐 후반기 11경기 5승 2패 평균자책점 2.98의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에이스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8월부터 9월까지 두 달 동안 제구가 되는 최고 155km 포심패스트볼을 뿌리며 8경기 5승 1패 평균자책점 2.29의 안정감을 뽐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의 평가도 좋다. 곽빈은 “정재훈 투수코치님께 피드백을 요청 드렸는데 작년, 재작년과 많이 달라졌다고 말씀해주셨다. 과거에는 흔들릴 경우 페이스를 되찾는 데 오래 걸렸는데 지금은 몇 개만 던지면 바로 잡는다고 들었다”라고 밝혔다.
곽빈은 11일까지 두산에서 훈련한 뒤 12일 한국으로 출국해 14일 WBC 훈련이 열리는 미국 애리조나 투손으로 향한다. 그는 “솔직히 날짜가 다가올수록 엄청 부담된다. 그냥 가서 별 탈 없이 임무를 수행하며 한국야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대회를 앞둔 소감을 전했다.
배명고 오타니와 진짜 오타니의 맞대결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는 상황. 일본 언론은 최근 "한국의 오타니가 WBC에 참가한다"라고 곽빈을 주목했다. 곽빈은 이 같은 평가에 고개를 저으며 “오타니는 우리와 다른 세계에 있는 선수다. 혼자 게임하는 느낌이다. 실제로 만난다면 사진을 같이 찍고 싶다”라고 전했다.
그래도 다행히 동갑내기 절친 정철원과 함께 가는 부분이 큰 힘이 된다. 곽빈은 “혼자 가는 것보다 마음이 편하다. 거기에 가면 야구를 잘하는 사람밖에 없어서 위축될 것 같은데 철원이와 함께 으쌰으쌰해서 두산 이미지를 높이겠다”라고 말했다.
곽빈의 목표는 3월 초 WBC까지 최상의 컨디션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예년보다 일찍 훈련을 시작했고, 공인구 적응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곽빈은 “다행히 비시즌 때 몸을 만들려고 노력해서 훈련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 이런 부분을 유지해서 3월에 맞춰 페이스를 끌어올려야 한다”라며 “지금 마음은 편하다. 3월 대회를 잘 치르고 와서 두산에서도 1년 내내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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