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와 인연은 없었다.
메이저리그 현역 한국인 타자 최지만(31.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WBC 출전이 최종 무산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WBC 조직위원회인 WBCI(World Baseball Classic Inc)측에서 최지만이 WBC에 출전할 수 없다고 전달해 왔다”고 6일 공식 발표했다.
이유는 소속구단 피츠버그의 반대였다. 작년 시즌을 마치고 받은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 이력을 사유로 WBC 참가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WBCI는 부상 검토위원회를 개최해 불참을 결정했다. 통보를 받은 KBO 기술위원회는 최지만의 대체 선수로 SSG 외야수 최지훈을 선발했다.
최지만은 WBC 출전에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소속 구단의 반대로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아시안게임 태극마크도 쉽지 않아졌다. 2009년 WBC 2회 대회 당시 추신수(41.SSG 랜더스)와 대비되는 상황이다. 추신수는 팔꿈치 부상이 드러났으나 지명타자로 출전을 강행한 바 있다.
신시내티 간판타자였던 추신수는 대표팀으로 처음 발탁을 받아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하와이 전지훈련에서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소속 구단이었던 클리블랜드는 부상악화를 우려해 출전에 강한 제동을 걸었다. 직접 트레이너를 파견해 훈련과 경기출전에 많은 간섭을 했다.
팀의 시즌을 좌우할 수 있는 간판타자였던 만큼 각별한 관심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간섭의 도가 지나치면서 대표팀 훈련에 차질을 빚었다. 경기 출전 여부까지 간섭하는 통에 김인식 감독이 불편한 심기를 강하게 보이기도 했다. 추신수는 구단을 설득했는지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지명타자로 출전을 결정했다.
추신수는 병역문제가 걸려있던 중요한 시기였다. WBC 활약을 한다면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으로 발탁받을 가능성도 열려 있었다. WBC 준우승의 공로를 세웠고, 2010년 아시안게임 대표팀으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병역혜택이 주어져 빅리거 커리어를 이어갔다. 2013시즌을 마치고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당시 약 1450억 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최지만은 2010년 KBO 드래프트가 아닌 시애틀 매리너스와 마이너계약을 맺고 미국으로 떠났다. 2016년부터 빅리거로 도약해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병역의무를 아직 수행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9년 미국 영주권을 취득해 37살까지 입대 연기가 가능하다. 최지만은 "반드시 병역의무를 이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최지만은 지난 13년 동안 태극마크와 인연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WBC에 출전하고 올해 8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태극마크까지 달고 싶은 의욕을 보였다. 추신수와 비슷한 그림이었다. 그러나 소속팀의 반대로 WBC 태극마크가 불발됐다. 아시안게임 출전 명분까지 약해졌다. 수술에 발목을 잡힌 것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