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좌완투수 장원준(38·두산)이 잠실 마운드에 마지막 불꽃을 피울 수 있을까. 그의 재기 의지는 시드니의 여름 태양만큼 뜨겁다.
장원준은 2022시즌을 마치고 이승엽 감독과의 면담 자리에서 은퇴가 아닌 현역 연장 의지를 어필했다. 그리고 이 감독은 “우리 팀에 좌완투수가 부족해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129승을 거둔 투수가 다른 팀을 알아보고, 알아봤는데 잘 안 되면 불명예다. 본인이 은퇴 생각이 없는데 그만두라고 하는 건 아니다”라며 선수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장원준은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신인과 같은 자세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캠프가 엿새 정도 흐른 가운데 두 차례 불펜피칭을 실시했고, 예년보다 날카로워진 구위와 건강을 확인했다. 장원준의 투구를 그 누구보다 유심히 지켜본 이승엽 감독과 정재훈 투수코치는 모두 그의 재기를 확신하고 있다.
시드니에서 만난 장원준은 “일단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사실 캠프에서는 어린 선수들을 많이 봐야하는데 내게도 꾸준히 관심을 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라며 “최근 몇 년간 계속 좋지 않았지만 그런 가운데 계속 아쉬움이 남았다. 후회 없이 정말 할 거 다 해보고 진짜 안 된다 싶을 때 미련 없이 그만두자는 생각이었는데 감독님이 기회를 주셨다”라고 캠프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전했다.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그 동안 재기의 걸림돌이었던 부상이 없다는 것이다. 2017시즌까지 좌완 에이스를 담당했던 장원준은 부상과 수술에 시달리며 최근 5시즌 동안 91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장원준은 “최근 몇 년간 계속 조금씩 아프다 보니 부상에 대한 우려가 큰 게 사실이었다”라며 “올해는 아프지 않은 거에 만족하고 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전성기 때만큼은 아니겠지만 최대한 그 때에 근접한 구위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라고 바라봤다.
장원준의 승리 시계는 통산 129승에 멈춰 있다. 2018년 5월 5일 LG전 이후 4년이 넘도록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야구선수이기에 130승을 채우고 그라운드를 떠나고 싶을 터. 그는 “선수로서 남은 1승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이왕이면 많은 승수를 쌓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라며 “그러나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금은 승수보다 1군에서 공을 던지고 싶다”라고 속내를 전했다.
장원준의 재기 전망을 밝히는 또 하나의 요인. 바로 돌아온 양의지다. 2015년 두산과 FA 계약한 장원준은 양의지와 함께 찰떡호흡을 뽐내며 2년 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장원준은 “(양)의지가 돌아와서 반갑다. 첫 불펜피칭 때 내 공을 받아줬는데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 앞으로 더 많이 물어볼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장원준이 생각하는 후회 없는 시즌이란 어떤 것일까. 어떤 투구를 펼쳐야 미련 없이 그라운드를 떠날 수 있을까. 장원준은 “그 동안 아플까봐 온전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1년 동안 안 아픈 상태로 공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성적이 좋다면 1~2년 더 하는 거고, 안 되면 그 때는 유니폼을 벗을 생각을 하고 있다. 그 전까지 내가 던지고 싶은 대로 후회 없이 마음껏 던져보겠다”라고 재기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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