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소리를 듣고 싶어서 견제를 하기도 했다."
이제는 롯데 자이언츠 선수가 된 투수 윤명준(34)은 과거 두산 소속일 때, 롯데 팬들을 상대로 '도발(?)'을 하기도 했다. 그는 "마! 소리가 듣고 싶어서 일부러 견제를 하기도 했다"라면서 "롯데 팬들의 열정은 이제 말 안해도 모든 사람들이 알지 않나. 그 응원이 정말 열정적이고 멋있다고 생각했다"라면서 도발을 한 이유를 설명했다.
2012년 동성고-고려대를 졸업하고 두산에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지명을 받고은 윤명준은 두산에서 투수조에서 묵묵하고 건실하게 제 몫을 다하는 투수였다. 통산 389경기 28승13패 15세이브 63홀드 평균자책점 4.43의 기록을 남겼다. 불펜진에서 때로는 마무리로, 때로는 필승조로 때로는 롱릴리프 등 불펜의 마당쇠 역할을 도맡으며 두산 왕조 구축에 적지 않은 디딤돌을 쌓았다.
하지만 지난해, 윤명준은 20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8.46의 성적에 그쳤다. 커리어에서 가장 안 좋은 시즌이었다. 결국 이 한 번의 부진한 시즌은 윤명준의 선수 생활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롯데가 벼랑 끝에서 윤명준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롯데의 괌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윤명준은 "지난해 여러가지를 시도했는데 너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봤는데 정착이 안됐다. 성적도 안나오니까 제 자신도 너무 위축됐고 자신감도 떨어졌다"라면서 "야구 인생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나이지 않나. 요즘은 실력이 있어야 무조건 야구를 할 수 있는데 저에게 어쨌든 기회를 한 번 더 주셔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처음으로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그런데 팀 적응을 도와주고 의지할 만한 선수들이 곳곳에 있었다. 그는 "고등학교 후배인 (김)원중이가 많이 알려주고 있고 선배들도 잘 케어해주고 역할을 잘 하더라"라면서 "또 함께 온 (신)정락이 형이 대학교 선배, 구승민 선수도 상무에 함께 있었다. (노)진혁이도 고등학교 친구다"라면서 "어떻게 하다 보니까 인연들이 롯데에 생각보다 많았다. 또 배영수 코치님도 계신다. 적응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라고 웃었다.
지난해 두산에서 함께했던 배영수 코치와의 재회도 윤명준에게는 새로운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배 코치는 윤명준을 비롯해 차우찬, 김상수, 신정락 등 방출 영입생 투수들에 대해 '명예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배영수 코치님이 함께 온 베테랑 투수 형들에게 '기분 좋게 마무리를 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얘기해주셨다. 코치님도 그렇게 은퇴를 하셨기 때문에 그래서 그 말 한 마디에 조금 감동을 받았다"라고 했다.
또한 배영수 코치의 존재가 자신의 커리어 터닝포인트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코치님의 스타일을 제가 또 잘 알고 있다. 또 냉정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코치님을 믿어서 저도 롯데로 왔다. 저도 팀을 옮겨서 잘 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냉정하게 판단해주실 분이 필요했다. 이제 기로에 서게 되면 야구를 더 해야 하는지 안 해야 하는지 냉정하게 말해주실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캠프 선발대로 괌에 입국해서 몸을 착실하게 만든 그는 캠프 완전체 첫 날인 2일, 불펜 피칭까지 마쳤다. 그는 "어디에서든 운동은 똑같다. 그리고 첫 날은 항상 설렌다. 비슷했던 것 같다. 그래도 새로운 유니폼을 입으니까 색다른 느낌이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각오는 없다. 그는 "제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이제 팀을 옮겼지만 팀이 우승을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거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돼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면서 "윤명준이라는 선수가 정말 열심히 할 테니까 많이 지켜봐주시고 많은 응원 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