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전준우가 아직 잘 하구나'라는 얘기를 들어야죠."
4년 전, 전준우(37)는 데뷔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다. 당시 전준우는 리그에서 최정상급 우타자였다. FA 시즌이었던 2019년 타율 3할1리 164안타 22홈런 83타점 OPS .839의 성적을 기록했다. 컨택과 파워를 모두 겸비한 우타 외야수는 FA 시장에서 희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FA 시장이 냉각됐다. 너나할 것 없이 육성, 트레이드, 외국인 등 다른 방식으로 전력 공백을 채우려고 했고 '특A급' 선수가 아니라면 지갑을 열지 않았다. 전준우가 A급 타자인 것은 맞지만 시장에서 인기가 있는 매물인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따랐다. 결국 경쟁이 붙지 않는 시장에서 가격은 상승하지 않았다. 전준우는 4년 34억 원이라는 계약을 맺었다.
결국 당시 시장에 함께 나왔던 오지환(4년 40억 원 LG 잔류), 안치홍(2+2년 최대 56억 원 롯데 이적)은 예상가를 한참 밑도는 금액에 도장을 찍으면서 '저평가 매물'의 대표적인 선수들이 됐다.
이제 전준우의 FA 계약 4년 중 3년이 지났다. 다소 실망스러운 계약이었을지라도 전준우는 프로다운 자세를 보여줬다. 계약 금액 그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시즌 동안 타율 3할1푼1리 492안타 44홈런 256타점 OPS .835의 기록을 남겼다. 장타력이 다소 떨어진 기색이 있지만 두 자릿수 홈런은 능히 때릴 수 있고 정교한 컨택 능력은 여전했다. 이 기간 스탯티즈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 11.10, wRC+(조정득점생산력)은 125.7로 리그 정상급 성적을 기록했다. 당장 지난 시즌 역시도 120경기 타율 3할4리 143안타 11홈런 68타점 73득점 OPS .795의 기록을 남겼다. 지난해 종아리 부상으로 풀타임 시즌을 치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 서 있는 시간 동안 만큼 전준우는 롯데는 물론 리그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타자였다.
올해 다시 '예비 FA'가 된 전준우. 지난 FA 계약의 아쉬움을 잊고 재차 FA 대박에 도전한다. 당장 지난해 부상으로 20경기 가량 결장한 것이 계기가 되어 몸 관리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앞서 5년 동안 140경기를 넘게 뛰었더라. 평균 142경기였다. 그런데 작년에 많은 경기를 빠지다 보니까 몸 관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라면서 "원래 식단관리를 하지 않고 고기를 먹으면서 살을 뺐다. 그런데 살이 확 빠지지 않더라. 그래서 이번에는 닭가슴살 이런 것만 먹었는데 살이 쫙 빠지더라. 몸이 조금 가볍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했다.
어느덧 30대 후반에 팀 내에서도 최고참이다. 몸 관리는 누구보다 잘 했지만 이제는 남들보다 더 철저해졌다. 그는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부터 체계적으로 관리를 많이 하게 되더라. 예전에는 적당히 했지만 지금 운동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라며 "웨이트도 체계적으로 더 많이 하는 것 같고 제 몸도 좋아지면서 야구장에서 나오는 퍼포먼스가 좋아지더라. 이렇게 하면 운동 능력이 예년보다 좋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먹는 거나 자기 관리를 하는 선수들이 많다 보니까 선수 수명도 올라가고 내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준비를 많이 했다 "라고 몸 관리가 성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확언했다.
30대 후반에 이렇게 몸 관리를 하는 만큼 지난 FA 계약에서의 아쉬움을 잊고 싶은 마음이 크다. 전준우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지난 FA 계약은 잊었다. 올해는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내면서 올해 더 잘해서 '역시 전준우는 아직까지 잘하고 있구나'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게 준비를 잘 하고 아쉬움 없게 잘 할 것이다"라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