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키움 스프링캠프. 투수로 익숙한 장재영이 배트를 들고 배팅볼을 치고 있었다.
제대로 타구가 맞아 쭉 뻗어나가자, 주위에 있던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은 ‘볼, 볼, 볼’을 외치며 외야에 있는 선수에게 조심하라고 알렸다. 펜스 바로 앞까지 날아가는 홈런성 타구였다. 어쩌다 장타가 나오기는 하지만, 아직은 타구가 빗맞거나 땅볼이 되곤 했다.
키움 캠프에서 가장 바쁜 선수는 아마도 ‘9억팔’ 장재영일 것이다. 장재영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는 ‘투 웨이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타격과 외야 수비 그리고 본업인 투수 훈련을 모두 하고 있다. 신인 투수 김건희도 장재영과 함께 ‘이도류’에 도전하고 있다.
2021년 계약금 9억원을 받고 키움에 입단한 장재영은 지난 2년간 1군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심각한 제구 난조로 볼넷을 남발하며 데뷔 첫 해 19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9.17로 부진했고, 지난해는 1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71을 기록했다.
어떻게 투타 겸업을 시도하고 있을까. 캠프에서 만난 장재영은 “(투타 겸업에) 욕심이 많이 있는 것은 아니고, 구단에서 배려해주셔서 길을 열어주셔서 열심히 노력하고있다. 투수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 일례로 볼 로케이션을 직접 느껴볼 수 있는 기회도 있다. 투수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서 많이 배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타자로 들어가 상대 투수의 몸쪽 투구에 반응이나, 바깥쪽 슬라이더에 타자로서 내가 느끼는 것을 내가 마운드에서 투수로 던지면서 그걸 토대로 던지면서 결과가 좋았다. 그런 부분이 시너지 효과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전히 투수가 우선순위라고 했다. 장재영은 “이도류를 해야 한다는 강박, 부담 그런 것 보다는 시작하는 단계다. 투타를 같이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라 본다. 지금은 투수 쪽에 더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타격을 좋아하기는 하는 할까. 장재영은 “방망이 치는 것을 좋아하는데, 많이 쉬었다. 고교 때 치고는 한 번도 안 쳐 봐서 부족한데, 타격의 재미는 있다. 구단이 길을 열어줘서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자로 뛸 때 포지션은 외야수를 준비하고 있다. 외야 수비에 함께 참가한다. 장재영은 “아직 펑고는 많이 안 받았는데, 달리기는 빠른 편이라 타구 쫓아가는 거는 자신있다. 내가 모르는 부분을 알아가면서 야구가 재미있어 진다”고 말했다. 구단이 장재영에게 투타 겸업을 권유하면서 진짜 노린 점일 것이다.
장재영이 투타 겸업을 시도하자, ‘한국의 오타니’에 도전한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장재영은 “오타니는 100년 만에 나온 선수다. 쉽게 나올 수 없는 선수이고, 비교도 안 된다. 오타니처럼 하는 게 쉬운 게 아니다. (한국의 오타니는) 내가 봐도 웃기다. 그런 선수와 내가 비교될 수 없다. 나는 아직 하나도 자리를 못 잡았다. 그래서 투수에 더 중점을 두고, 하나라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고 각오를 보였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