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에도 1차 지명을 받아 장기 재활을 진행했던 이병헌(20)이 마침내 2023시즌 활약이 기대되는 좌완투수로 지목됐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에서 좌완 영건 이병헌을 유심히 보고 있다. 데뷔 첫해였던 지난해 9경기 출전이 전부였지만 2년차인 올해 그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서울고 특급 좌완으로 불렸던 이병헌은 2021년 8월 열린 KBO 신인드래프트서 2022 두산 1차 지명됐다. 7월 팔꿈치 뼛조각 수술에 이어 8월 내측 측부 인대 수술을 차례로 받고 재활 중이었지만 최고 151km 강속구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최고 순위로 프로의 꿈을 이뤘다.
이병헌은 기나긴 재활을 거쳐 9월 3일 마침내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7일 창원 NC전에서 감격의 데뷔전을 가졌고, 1군에서 9경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3.60의 귀중한 경험을 쌓았다. 수술 여파로 구속이 고교 시절만큼은 안 나왔지만 3점대의 평균자책점을 남기며 2년차 전망을 밝혔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호주 스프링캠프 최대 과제로 장원준의 뒤를 이을 좌완투수 발굴을 꼽았다. 두산은 함덕주 트레이드에 이어 유희관, 이현승의 잇따른 은퇴로 좌완 불펜에 공백이 생긴 상황. 이에 이병헌을 비롯해 김호준, 이원재 등 신예 좌완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 다른 좌완 최승용은 5선발 진입이 유력하다.
이 감독은 “모든 좌완투수를 유심히 보고 있다. 그리고 이들에게 조금 더 책임감을 부여하려고 한다”라며 “이병헌의 경우 좋은 공을 던지고 있다. 올해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해서 역시 부담을 주려고 한다. 왼손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병헌이 잘해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령탑이 꼽은 이병헌의 강점은 디셉션 동작. 이 감독은 “타자 입장에서는 싫은 유형의 투수다. 현역 시절 구대성 선배의 느낌이 난다”라고 이병헌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속단은 금물이다. 스프링캠프 초반은 모든 선수들의 몸 상태와 컨디션이 최상일 수밖에 없다. 희망도 가득하다. 이 감독은 “모든 건 실전을 거쳐서 판단해야 한다. 시범경기를 해보고 시즌에 돌입해봐야 알 수 있다”라며 “지금은 모든 선수들이 좋은 모습만 보여준다. 단, 모두가 열심히 하고 있는 건 맞다”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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