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경험이 분명 좋은 공부가 됐을 겁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지난 4일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4일차 훈련에서 돌아온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31)의 부활을 확신했다.
알칸타라는 이날 새 외국인투수 딜런 파일과 함께 스프링캠프 첫 불펜피칭을 실시했다. 주전 포수 양의지와 배터리를 이뤄 직구, 포크볼 등을 테스트했고, 가볍게 공 25개를 던지며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알칸타라의 공을 처음 받아본 양의지는 “굿, 굿, 베리굿”이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승엽 감독은 에이스의 첫 불펜피칭을 어떻게 봤을까. 이 감독은 “공이 좋더라. 아직 캠프 초반이지만 처음 치고는 괜찮았다. 일단 건강하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며 “과거 해설위원으로 알칸타라의 투구를 봤는데 두산을 떠나 상위리그에서 2년을 보냈기 때문에 기량이 저하됐다고는 볼 수 없다. 또 우리나라 나이로 32살은 가장 좋은 공을 던지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라고 바라봤다.
알칸타라는 2019시즌 KT에서 11승을 거둔 뒤 이듬해 두산으로 둥지를 옮겨 31경기 198⅔이닝 동안 20승 2패 평균자책점 2.54 182탈삼진 WHIP 1.03으로 호투했다. 31경기 중 27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고, 다승·승률·퀄리티스타트 1위, 이닝·탈삼진 2위, WHIP 3위, 평균자책점 4위 등 각종 지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알칸타라는 이에 힘입어 2021시즌 2년 400만 달러(약 54억 원)에 한신 타이거스와 계약하며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그러나 재팬 드림은 없었다. 두 시즌 통산 63경기 4승 6패 1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점 3.96(97⅔이닝 43자책)의 부진 속 2022시즌이 끝나고 방출 통보를 받았다. KBO리그와 달리 일본에서는 불펜으로 보직이 바뀌며 63경기 중 7경기밖에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국민타자는 알칸타라의 일본 생활을 실패로 보지 않았다. 대신 2년을 그가 성장한 시간으로 바라봤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한 이 감독은 “일본은 우리보다 상위 리그다. 호세 피렐라(삼성)를 봐도 알 수 있다. 하드웨어는 우리 선수들이 좋지만 디테일은 일본야구가 앞서는 게 현실이다”라며 “투수들 입장에서 굉장히 까다롭다. 헛스윙해야 할 공을 커트하고 지켜보니까 우리나라 야구를 경험하고 일본으로 갔을 때 힘들다. SK에서 뛰었던 앙헬 산체스도 그랬다”라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우려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사실상 두 시즌 내내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뛰었기 때문에 체력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감독은 “하나 걱정되는 건 알칸타라가 2년 동안 중간계투 위주로 나섰다는 점이다. 우리 팀에서 스태미나 부분을 체크하면 좋을 것 같다. 대신 좋은 공부를 하고 온 건 맞다”라고 말했다.
알칸타라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정재훈 투수코치의 의견도 같았다. 정 코치는 “알칸타라는 2020년보다 조금 더 완성형에 가까운 투수가 됐을 것 같다. 그 때만 해도 워낙 힘으로만 윽박지르는 투수였기 때문에 156km를 던지다 150km 초반대가 나오면 맞아 나갔다”라며 “일본에서 아무래도 변화구를 조금 더 터득해온 것 같아서 올해는 보다 노련한 투구가 가능할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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