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LG의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사이드암 투수 류원석(34)은 몇몇 팀으로부터 오퍼를 받았다. 1군 통산 성적은 2019~2021년 3시즌 12경기(14이닝) 1패 평균자책점 7.71이 전부였지만 최고 156km까지 던진 강속구는 살아있었다. 지난해에도 최고 153km를 뿌렸다.
복수의 오퍼를 받은 류원석의 선택은 한화였다. 그는 “LG에서 나온 뒤 계속 운동하면서 테스트를 받을 준비도 했다. 여러 팀의 오퍼가 있었는데 한화에 가고 싶었다. 가장 빠르게 연락을 주셨고, 예전부터 한화에서 한 번 해보고 싶었다.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는 팀이 될 것 같아 한화를 원했다”고 말했다. LG에 비해 투수층이 얇은 한화에서 더 많은 기회를 기대하고 있다.
투수 전문가로 유명한 최원호 퓨처스 감독의 존재도 류원석이 한화를 택한 이유 중 하나. 류원석은 “투수 출신 감독님이 있는 팀에 가고 싶었다. (2013년) 제가 LG에 입단했을 때 최원호 감독님이 코치를 그만두고 떠난 뒤였다. 1년 차이로 같이 하지 못했다”며 “감독님은 기술적인 부분도 이해하기 쉽게 잘 가르쳐주신다. 박정진 코치님도 많이 신경써주고 계신다. 폼에 변화를 주는 것이 어려울 수 있는데 더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같이 고민하며 소통하고 있다. 저를 굉장히 편하게 해주시는 한화의 환경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서산에서 류원석과 함께하고 있는 최원호 감독은 “지금까지 제구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으니 변화를 확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상하좌우 흔들림이 많은 투구폼이었다. 폼의 흔들림을 줄여서 밸런스를 잡고, 릴리스 포인트 오차를 줄이는 쪽으로 박정진 코치가 집중 케어하는 중이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완전히 뜯어고치는 것은 아니다. 팔 각도는 사이드암 그대로 간다. 최 감독은 “LG 시절 원래 오버핸드였는데 어깨가 아파 팔을 내린 케이스다. 다시 팔을 올리면 부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팔은 그대로 하되 폼을 얌전하게 줄여서 밸런스를 잡는 쪽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며 “변화구도 웬만하면 하나만 던지게 하려 한다. 다른 것보다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한다. 스트라이크로 들어오는 공은 진짜 좋다. 한 달간 지켜보니 엄청 성실하게 운동하는 선수더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류원석도 “제 투구폼이 너무 와일드하다 보니 움직임이 심하다. 그 움직임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흔들림을 잡고, 스트라이크 확률을 높이기 위해 연습하고 있다. 감독님이 ‘상식은 과학’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틀에서 벗어난 것보다 상식에 있는 틀에 맞춰보려 한다”고 이야기했다.
한화 팬들은 류원석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하나 있다. 지난 2021년 9월22일 대전 LG-한화전. 당시 LG 투수였던 류원석은 8회 노시환을 3구 삼진 처리했다. 특히 3구째 바깥쪽 낮은 코스에 꽉 차는 156km 직구에 노시환이 꼼짝도 못하고 당했다. 류원석은 “그날 컨디션이 좋았고, 공이 정말 잘 들어갔다”고 떠올리며 “대전이나 서산 경기에서 좋은 기억들이 있다”고 말했다. 좋은 기억이 있는 팀에서 새출발하며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자 한다.
서울고-인하대를 거쳐 지난 2013년 육성선수로 LG에 입단한 류원석은 만 30세가 된 2019년 1군 데뷔전을 가졌다. 고교와 대학 시절 3번이나 팔꿈치 수술을 받는 등 시련을 딛고 프로에 왔지만 10년간 1군보다 2군에 머문 시간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야구를 포기하지 않은 류원석은 “방출되고 나서 ‘이러다 진짜로 공을 못 던지는 날이 오겠구나’하는 생각이 드니 슬프더라. 지금도 공 던질 때가 제일 행복하고 좋다. 좋아하는 야구를 오래 하려면 이제는 잘해야 한다. 한화에서 오랫동안 공을 던지고 싶다”고 바랐다.
등번호 61번을 단 류원석은 “아직 승리나 홀드, 세이브 같은 기록이 없다. 첫 기록과 함께 1군 30경기 등판을 목표로 하겠다”며 “주변에도 한화팬인 지인들이 있는데 팀에 와서 정말 좋다고 했다. 한화가 저를 ‘잘 데려왔네’라는 얘기가 나올 수 있도록 준비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