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안경 에이스' 박세웅(28)은 괌 캠프에 참가하지 않고 김해 상동구장에서 퓨처스 선수들과 함께 몸을 만들고 있다.
괌 캠프 일정을 소화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전지 훈련지인 미국 애리조나 투산으로 건너가는 방법도 있지만 박세웅은 국내에서 몸을 만들다가 미국으로 건너가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 롯데는 박세웅을 배려해 괌 캠프 명단에서 제외했다.
4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만난 박세웅은 "현재 몸 상태가 너무 좋다. 크게 불편한 데 없고 공을 던져봐도 느낌이 아주 좋다. 불펜 피칭을 세 차례 소화했는데 갈수록 더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구단에 국내에서 훈련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을 때 선뜻 허락해 주시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의견을 존중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배려해 주신 만큼 준비 잘해서 WBC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시즌 개막에 지장 없도록 잘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종운 감독은 퓨처스 캠프에서 몸을 만드는 구승민(33)과 박세웅이 솔선수범하면서 훈련 분위기가 아주 좋다고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 "제 아무리 유명 인사가 와서 특강을 하더라도 선수로서 갖춰야 할 좋은 요소를 모두 갖춘 이들이 직접 보여주는 게 후배들에게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구승민과 박세웅은 열외 또는 특혜 없이 퓨처스 투수조 훈련 일정을 모두 소화한다. 이종운 감독은 "야구 좀 하면 느긋하게 할 수 있는데 구승민과 박세웅은 다르다. 열외와 특혜는커녕 더 열심히 하니까 후배들에게 최고의 롤모델로 불릴 수밖에 없다"고 칭찬했다. 또 "훈련 첫날 구승민과 박세웅을 보고 깜짝 놀랐다. 준비를 정말 잘했다는 게 느껴질 만큼 몸을 잘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박세웅은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린다. 프로 선수는 은퇴할 때까지 경쟁의 연속이다. 그렇기 때문에 베스트 컨디션으로 캠프를 시작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후배들에게 프로 무대가 절대 만만하지 않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도 포함되어 있다.
박세웅은 "퓨처스 캠프에는 대학교 또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프로 생활을 시작한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프로에 입단하면 모든 걸 이룬 것처럼 생각하는 후배들이 더러 있는데 제가 조금이라도 느슨한 모습을 보인다면 후배들이 '저 선배처럼 해도 1군에 있을 수 있겠구나'라고 여길 수 있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제가 어려워서 그런지 아직까지 먼저 다가와서 물어보는 후배는 없었다"고 말한 박세웅은 "저는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다. 일방적으로 조언하기보다 서로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는 14일 WBC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인 박세웅은 "이제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실감이 난다. 베스트 컨디션으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한국 야구 인기 부활을 위해서라도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세웅은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이후 야구보다 축구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더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가 2006년 WBC 대회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 국제 대회를 보고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던 것처럼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저 또한 꿈꾸던 무대에 서게 된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