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롯데의 역사를 보라, 지난해만 봐도 그렇다."
롯데 자이언츠가 독해졌다. 예상을 뛰어넘는 강훈련과 빡빡한 일정에 선수들은 혀를 내두르고 녹초가 된다. 10개 구단 중 가장 늦게 스프링캠프 본진이 출발했지만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정상적인 캠프 시작과 함께 강도 높은 훈련은 이미 선수들이 캠프에 맞춰서 몸상태를 만들어왔다는 확신과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했다.
선수들은 첫 훈련 3일 동안 고개를 자주 저었다. 그만큼 훈련량이 A 야수는 "2주 같은 이틀을 보냈다"라고 고개를 저었고 B투수는 "잠들면 내일이 오는데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루하루가 지옥이고 고되기에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롯데는 오전 오후 엑스트라 훈련은 기본으로 진행한다. 그리고 엑스트라 훈련을 진행하지 않는 선수들은 '독사'라고 불리는 김현욱 트레이닝 코치의 강도 높은 컨디셔닝까지 받아야 하루가 끝난다. C 야수의 경우 "오늘 저 엑스트라 훈련 없나요?"라고 되물으면서 차라리 엑스트라 훈련을 더 받겠다고 했다. 컨디셔닝 훈련의 강도를 짐작하게 했다.
롯데 구단, 래리 서튼 감독 모두 독하게 선수들을 몰아붙이고 있다. 그만큼 훈련에 투자하는 시간이 성적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훈련량을 선수들에게 부여하고 있다. '4일 훈련-1일 휴식'의 훈련 일정이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다.
이전 3년간 젊은 선수들을 기다리고 육성에 초점을 뒀다면 이제는 성적이다. 유강남, 노진혁, 한현희 등 3명의 FA 선수들을 비롯해 김상수, 윤명준, 신정락, 이정훈, 안권수 등 방출 선수까지 영입, 뎁스를 두텁게 만들었다. 반드시 결과를 내야 하는 롯데의 상황이다. 선수들을 극한까지 몰아붙여서 시즌 후반 결실을 맺기 위해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는 셈이다.
래리 서튼 감독은 지난해, 그리고 과거 롯데의 역사들을 되돌아보면서 반성했다. 그는 "그동안 롯데의 역사, 지난해만 봐도 된다. 지난해 첫 두 달 간 우리는 상위 2팀에 들 정도로 굉장히 강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전반기가 끝날 무렵 5강 싸움을 할 정도로 순위가 뒤쳐졌고 후반기에는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이어 "2023년에 저희가 향상을 시켜야 하는 점을 생각하다 보니까 이런 스케줄을 가져가게 됐다. 또 작년에 부상과 피로누적 등이 있었다.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시작보다는 마무리가 좋은 팀, 시즌이 끝나갈 때에도 강한 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4월 한 달 동안 폭풍질주를 하면서 5월 초까지 2위에 머물렀지만 여름과 후반기를 거치면서 성적은 뚝뚝 떨어졌다. 결국 시즌 초반 2위로 기대감을 갖게 했던 팀 순위는 8위로 떨어졌다. 다시 한 번 '봄데'의 시즌과 마주했다.
롯데는 고민했고 그 고민의 결과는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방법을 택했다. 그는 "1~2주 동안 하는 스프링캠프에서 따뜻한 날씨에서 선수들의 컨디션을 베스트로 끌어올리기 위해 계속 밀어붙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 "결국 선수들이 피곤한 상황에서 훈련을 했을 때 그 상황에서 강한 멘탈이 길러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연습경기 직전까지 강한 멘탈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극한의 상황을 접해보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극한이 어떤 수준인지를 경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육체적으로 밀어붙인다는 것도 있지만 멘탈적으로 선수들이 어느 정도까지 강하게 할 수 있는지를 계속해서 알아보려고 한다. 나는 선수들에게 항상 '오늘 하루는 네가 할 수 있는 최선과 최고의 노력을 다해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우승팀이 선수들에게 '네가 원할 때 훈련을 해라', ''원하는 만큼, 편한대로 해라'라고 말하는 팀은 없을 것이다"라며 ""선수들은 어려운 일을 마주했을 때 스스로 한계를 설정한다. '할 수 없다'라고 제한을 해놓고 쉽게 포기할 때도 많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가 강팀이 되고 한국시리즈에 가기 위해서는 한계를 깨야 한다. 스스로 정하고 묶은 한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선수들을 향해서는 강훈련에 걸맞는, 프로선수 다운 몸관리를 주문했다. 서튼 감독은 지난해를 다시 되돌아보면서 "지난해 많은 부상은 습관에서도 많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야식을 먹는 습관,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거나 수면이 부족하다는 등이 습관이 반복됐기 때문에 부상이 나왔다"라면서 "개개인에게 습관을 강요하지 않는다. 선수들은 몸이 자산이다. 또 성인이다. 사생활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라고 선수들에게도 나름의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지난해 시즌 중반부터 찾아온 부상과 체력 저하 등의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그 이유를 내부에서 찾았고 통렬한 반성을 통해서 다른 방식으로 이를 극복하고 나아지려고 한다. 과연 독해진 롯데의 변화가 '윈나우'의 성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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