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역시!", "좋습니다!"
롯데의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괌의 데데도 스포츠 컴플렉스. 쏟아지는 뙤약볕 아래에서 모두가 힘들고 지쳐갈 때 쯤 한 선수의 목소리가 훈련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리고 있다. 지난해 두산에서 방출되고 롯데 유니폼을 입게된 외야수 안권수(30)는 훈련 내내 텐션을 떨어뜨리지 않고 캠프의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주루 작전 훈련이나 타격 훈련 중에도 선수들의 동작과 결과 하나하나에 감탄사와 추임새를 붙이면서 훈련장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재일교포 3세로 한국어가 다소 어눌하지만 개의치 않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선수단에 파이팅을 불어넣고 있다.
선배들의 타격 때는 "역시! 역시!"라고 외치며 치켜 세웠고 좋은 타구들이 나올 때마다 "좋습니다!"라고 우렁차게 외쳤다. 이병규 코치 등 코치들이 던지는 농담들에도 씩씩하게 답변하면서 코치들을 웃게 하고 있다. 안권수의 모습에 전준우, 노진혁 등 베테랑 선수들은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하고 한동희, 김민수, 황성빈 등 후배들은 안권수의 파이팅에 맞춰서 다함께 목소리를 높인다.
덕분에 롯데 선수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이어지는 강도 높은 훈련에 초주검이 되어가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으며 훈련을 할 수 있었다.
최고참 전준우는 "두산에 있을 때부터 인사를 깍듯하게 엄청 잘했다. 잘 하는 후배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이력이 특이한 선수지 않나. 재일교포 선수가 한국에서 뛰고 있는 것이니까 정이 더 가는 것도 있고 안쓰러운 면도 있었다. 이렇게 인연이 되어서 함께 뛰고 있으니까 적응이 빨리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좀 더 도와주려고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내야수 김민수는 "(안)권수 형 텐션이 높아서 즐겁게 훈련하고 있다. 우리 팀에는 필요한 유형의 선수인 것 같다"라고 했다. 안권수처럼 올해 롯데 유니폼을 처음 입은 FA 이적생 노진혁은 "생각보다 권수가 재밌다. 권수도 어색할 것이고 해서 함께 텐션을 맞춰주느라 좀 힘들다"라고 웃으면서도 "재밌게 하고 분위기 메이커 이런 모습을 갖고 있어서 혼자 하기 힘드니까 저도 함께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라면서 안권수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설명했다.
안권수는 "작년까지 준우 형에게 경기 때 인사도 많이 하고 얘기도 많이 했다. 그래서 저를 좀 더 편하게 해주시고 저도 편해지는 것 같다"라며 "저는 재밌게 야구를 하는 스타일이어서 롯데에서도 그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고 왔다"라면서 "제가 경기에 나갈지 안 나갈지는 지켜봐야하고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팀의 우승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벤치에 있을 때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분위기를 제가 살리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웃었다.
안권수는 와세다 실업고등학교, 와세다 대학을 졸업하는 등 일본에서 야구선수 생활을 했다. 독립리그 등을 거치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2020년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할아버지의 나라'에서 선수생활을 하기 위해 트라이아웃에 참가했고 2020년 드래프트 10라운드 전체 99순위로 두산의 지명을 받았다. 입단 3년차인 지난해가 가장 좋았다. 시즌 초반 정수빈이 부진하고 김인태가 부상으로 빠지자 주전으로 도약해 맹타를 휘둘렀다. 시즌 중반부터 힘이 빠지긴 했지만 76경기 타율 2할9푼7리(239타수 71안타) 20타점 43득점 OPS .711의 기록을 남기며 활약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이 끝나고 구단과 면담 끝에 방출됐다. 구단은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더 주고 싶었다. 반면, 안권수는 재일교표와 관련된 병역법 때문에 최대 올해까지만 한국에서 뛸 수 있었다. 그럼에도 KBO리그에 잔류하고 싶었다. 그 찰나, 롯데의 영입 제안을 받았고 수락했다.
안권수는 "일단은 한국에서 야구를 계속 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군대 문제도 있고 아기도 태어나서 가족들과 얘기를 했다. 지난해 8월 1군에서 뛴 것을 마지막으로 계속 2군에 있었으니까 일본으로 돌아갈 생각도 했다"라면서 "그러다 (성민규) 단장님께서 전화로 영입 제안을 주셔서 너무 기뻤다"라고 롯데의 제안을 수락할 당시의 상활을 설명했다.
가족들은 어떤 생각이었을까. 그는 "아내에게 1년 더 (한국에서) 야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아내도 '하고 싶은대로 해'는 말을 해줬다. 아내도 '1년차, 2년차보다 지난해 잘 했으니까 올해 잘 할 수 있다'고 해줬다. 그래서 지금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안권수의 영입으로 롯데는 센터라인이 강화됐다고 생각한다. 안권수 역시도 스스로 팀에서 흔들리지 않게끔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센터라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면 팀도 좋을 것 같다. 강남이 형, 진혁이 형, 치홍이 형과 함께 센터라인에서 열심히 하면 팀도 더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 더 열심히 해야 할 것이다"라고 의욕을 다졌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