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스프링캠프 초반부터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152억 포수’ 양의지. 두산은 왜 그의 영입에 사활을 걸었으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열광하는 것일까.
작년 11월 4+2년 152억 원에 친정으로 복귀한 양의지는 4년 만에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 중이다. 한국 최고의 포수답게 존재감은 강렬하다. 안정적인 포구는 기본이고, 공을 받을 때마다 투수를 향해 칭찬과 쓴소리를 번갈아 건네며 이들의 안정을 꾀한다. 그 동안 박치국, 정철원, 곽빈, 최승용, 라울 알칸타라 등 올해 마운드를 책임질 핵심 선수들이 양의지와 호흡을 맞췄다.
당연히 투수들의 만족도는 최상이다. 박치국은 “(양)의지 형이 공이 오는 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 투구와 관련해 냉정한 평가도 들었는데 오히려 난 그게 좋다”라고 말했고, 정철원은 “내가 공을 던지면서 느끼는 부분을 비슷하게 잘 이야기해주셔서 확신이 생긴다. 그 동안 내가 틀린 게 아니었다는 확신도 든다”라고 흡족해했다.
양의지는 불펜피칭이 끝난 뒤에도 투수와 피칭을 복기하며 합을 맞춰나가고 있다. WBC 참가로 오는 12일부터 팀을 잠시 떠나야하기에 최대한 많은 투수들과 소통을 하며 이들의 장단점을 파악 중이다. 4일 양의지와 배터리를 이룬 에이스 알칸타라는 “양의지가 앞으로 어떤 피드백을 원하는지 물어봤다. 앞으로 갖고 있는 구종을 어떻게 활용할지 함께 전략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투수들은 왜 양의지와의 호흡에 열광하는 것일까. 정재훈 투수코치를 통해 양의지만이 가진 매력을 들을 수 있었다. 2016년 두산에서 은퇴한 정 코치는 현역 시절 2006년 프로에 입단한 양의지와 수차례 배터리 호흡을 이뤘다.
정 코치는 “(양)의지 같은 스타일은 데이터로 파악할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라며 “같이 해보면 일단 투수를 편하게 해준다. 그렇게 해서 투수를 빨리 파악하려고 한다. 투수에게 ‘이거 해봐라, 저거 해봐라’ 요청하는 게 아닌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하면서 성향을 파악한다. 그리고 파악하는 속도도 빠르다. 그러다 보니 투수들과 호흡이 잘 맞는다”라고 설명했다.
양의지의 가장 큰 매력으로는 엉뚱함을 꼽았다. 그러나 그 엉뚱함이 경기에 돌입하면 가장 큰 장점이 된다. 정 코치는 “나도 (양)의지와 함께 호흡을 많이 맞춰봤지만 의지는 엉뚱한 면이 있다. 그런데 계속 결과가 좋게 나오면 그 엉뚱함이 좋게 작용한다. 투수들이 당황하기보다 다른 쪽으로 생각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고 말했다.
양의지 효과는 투수들의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정 코치는 “불펜피칭 때 의지가 돌아가면서 앉으면 투수들의 집중력이 확실히 달라진다. 이로 인해 조금 오버 페이스를 할까봐 걱정도 되는데 양의지라는 포수에게는 확실히 특별한 부분이 있다”라고 장점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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