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떠난 지 벌써 8년째이지만 아직도 ‘끝판왕’은 잊혀지지 않았다.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에서 마무리투수로 활약했던 오승환(41·삼성)이 모처럼 일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스포츠닛폰’, ‘데일리스포츠’ 등 일본 언론들은 4일 오승환과 인터뷰를 전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일본 오키나와 온나에 일본 취재진이 방문해 오승환을 취재한 것이다. ‘스포츠닛폰’은 ‘2014년부터 한신 소속으로 2년 연속 구원왕에 오른 오승환은 마흔살이 됐지만 올 시즌에도 수호신을 맡는다’며 여전히 마무리로 활약 중인 오승환의 근황을 일본 야구팬들에게 알렸다.
오승환은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는 8개밖에 남지 않았지만 한국에서 400세이브까지는 30개 남았다. 우선 그걸 목표로 열심히 하겠다”며 “기록에 신경써서 연습이나 경기를 하진 않는다. 그보다 지금 최선을 다해 연습도 하고, 경기도 하면 기록은 따라올 것이다”고 말했다.
1982년생으로 KBO리그 현역 최고령 투수가 됐지만 올해도 마무리를 맡는 오승환은 “나이가 많은 것은 신경쓰지 않는다. 어느 선수든 베테랑에겐 실력에 앞서 나이를 먼저 묻는다. 그런 걸 바꾸고 싶다. 몸 상태나 기량이 안 좋으면 어쩔 수 없지만 나이 질문이 오기 전에 제대로 준비하고 싶다. 아직 경기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지난해보다 상태가 좋아 준비가 잘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2012~2015년 일본 오릭스 버팔로스,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4년간 활약한 동갑내기 이대호가 지난해를 끝으로 은퇴하면서 현역 오승환에 대한 일본 취재진의 관심도 컸다. 이에 대해 그는 “몸이 안 좋으면 은퇴를 생각하겠지만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은퇴는 생각하지 않는다. 올 시즌을 기대하고 있을 뿐, 은퇴는 머릿속에 없다”고 현역 연장 의지를 분명히 했다.
투구 스타일은 세월이 흐른 만큼 조금씩 계속 바뀌었다. 오승환은 “조금 달라졌다. 나이에 맞게 바꿔야 한다. 한신 때와 지금은 차이가 있다. 구종이 2개 정도 늘었다. 투심과 슬라이더를 둘로 나눠 구속 차이를 줘서 던진다. 작년부터는 커브 비율도 늘었다”면서도 “직구가 중심이 돼야 변화구가 살아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직구”라고 강조했다.
오승환이 한신에서 뛰던 시절 선수들은 대부분 코치가 됐다. 오승환은 은퇴 후 지도자에 대한 생각도 내비쳤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일본에 가서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가진 비결 같은 것을 알려줄 기회가 있다면 꼭 해보고 싶다”며 “일본은 기본을 확실히 지키고, 그걸 연습으로 꾸준하게 하니 흔들리지 않는 실력을 유지할 수 있다. 프로에 들어가서도 기본을 지킨다는 건 가장 어려운 일이지만 일본 선수들은 확실히 한다. 일본의 스타 플레이어들도 기본을 잘 지킨다. 그걸 보면서 나도 힘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앞서 4번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야구대표팀에 모두 발탁된 오승환이지만 올해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줬다. 이에 대해 오승환은 “대표팀은 실력만으로 뽑히는 팀이다. 내가 뽑히지 못한 건 어쩔 수 없다. 큰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한국프로야구 팬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다치지 말고 좋은 성적을 거둬 돌아오도록 응원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추천할 만한 선수에 대해 오승환은 “이정후(키움)다. 일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선수 아닌가”라며 “일본은 좋은 선수가 너무 많다. 선수층이 대단하다. (56홈런 타자)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도 대단하고, 좋은 투수들이 많다. 일본은 (2021년 도쿄) 올림픽 때도 봤지만 정말 좋은 투수들이 많다”고 인정했다. 무라카미와 맞대결하고 싶은 마음에 대해선 “나이 차이가 너무 나서 별로 생각해본 적 없다”고 답했다. 무라카미는 2000년생 만 23세로 오승환보다 18살이나 어리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