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투수’ 잭 그레인키(40)가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남았다. 선수 생활의 황혼기이지만 월드시리즈 우승보다 친정팀과의 동행을 택했다.
캔자스시티는 4일(이하 한국시간) FA 우완 투수 그레인키와 1년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구단에선 계약 조건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뉴욕포스트’ 존 헤이먼 기자에 따르면 그레인키는 보장 850만 달러, 인센티브 750만 달러로 최대 1600만 달러를 받는다.
지난 2002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캔자스시티에 지명된 뒤 2004년 데뷔한 그레인키는 2009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2010년까지 캔자스시티에서 첫 7시즌을 보낸 뒤 2011년부터 밀워키 브루어스, LA 에인절스, LA 다저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거쳤다.
사이영상 외에도 올스타 6회, 평균자책점 타이틀 2회의 커리어를 자랑하는 그레인키는 다저스와 애리조나에서 두 번이나 FA 대형 계약도 따냈다. 그러나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가 없다. 2019년, 2021년 휴스턴에서 두 번 월드시리즈에 올랐지만 전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같은 시기를 누빈 대투수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 저스틴 벌랜더, 맥스 슈어저(이상 뉴욕 메츠)가 모두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했지만 그레인키만 아직 반지가 없다.
그런데 그레인키는 더 이상 우승을 쫓지 않는다. 지난해 FA 자격을 얻어 무려 12년 만에 캔자스시티로 돌아왔다. 1년 1300만 달러에 계약했다. 2015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끝으로 쇠락기를 보내고 있는 캔자스시티였지만 그레인키는 수구초심의 마음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26경기(137이닝) 4승9패로 승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평균자책점 3.68로 투구 내용은 좋았다. 전성기 시절 강속구가 사라진 그레인키는 9이닝당 탈삼진이 개인 최저 4.8개에 그쳤다. 하지만 9이닝당 볼넷 1.8개로 안정된 커맨드를 바탕으로 맞혀 잡는 피칭의 진수를 보였다. 명예의 전당급 커리어로 브래디 싱어, 브래드 켈러, 대니얼 린치 등 젊은 선발들에게 모범이 됐다.
다시 FA로 풀린 그레인키는 일찌감치 캔자스시티 잔류에 공감대가 형성됐고, 예상대로 1년 재계약으로 남았다. 지난해 65승97패(승률 .401)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5위 꼴찌였던 캔자스시티는 올해도 우승과 거리가 먼 약팀이다. 우승권 팀으로 몸값을 낮춰 이적할 만하지만 그레인키는 캔자스시티를 떠나지 않았다. 대신 인센티브 포함 최대 총액은 지난해보다 300만 달러 상승한 조건에 계약했다.
올해가 그레인키에겐 무려 20번째 시즌이다. 지난해까지 19시즌 통산 556경기(514선발) 3247이닝을 던지며 223승141패 평균자책점 3.42 탈삼진 2882개를 기록 중이다. 현역 투수 중 최다 이닝으로 벌랜더(244승)에 이어 최다승 2위. 탈삼진은 벌랜더(3198개), 슈어저(3193개)에 이어 3위에 올라있다.
한편 그레인키와 계약을 완료한 캔자스시티는 좌완 투수 앤서니 미세비츠를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하며 양도 지명(DFA) 했다. 미세비츠는 지난해 시애틀 매리너스와 캔자스시티를 오가며 32경기 모두 구원등판, 1승2패4홀드 평균자책점 4.34를 기록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