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부터 곡소리가 난다. 내야 수비 펑고를 받는 시간만 2시간이 넘는다. 내야 선수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수비 최약체의 오명을 벗어던지기 위해 ‘올드 스쿨’의 방식으로 돌아갔다.
롯데는 오전 9시부터 수비를 위한 얼리 워크를 시작한다. 그런데 이 얼리 워크가 점심 식사 직전까지 이어진다. 훈련 스케줄 표에 명시된 시간만 2시간 반이다. 중간중간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훈련 시간도 2시간을 훌쩍 넘는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롯데는 수비 훈련에 그만큼 진심이다. 효율적인 훈련도 중요하지만 절대적인 훈련량을 늘리는 것이 약점이었던 수비를 보강하고 강화하기 위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롯데는 수비 효율(DER) 수치에서 .649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다.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FIP)은 3.61로 리그 2위로 최상위급었던 것을 감안하면 리그 9위에 머문 4.45의 평균자책점은 곧 수비가 불안했다는 평가로 귀결이 된다. 투수진은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했고 이는 성적으로 연결됐다.
결국 롯데는 통렬하게 반성했다. 수비 보완을 위해 구시대적이지만 확실한 성과도 낼 수 있는 훈련 방식으로 되돌아갔다. 문규현 수비 코치는 “우리가 많이 부족하고 더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얼리 워크도 집중적으로 하고 수비 엑스트라 훈련도 집중적으로 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2002년 입단해 현역 포함 롯데에서만 20년 넘게 몸을 담은 문 코치 입장에서는 올해 스프링캠프 훈련량에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아마 강병철 감독님(2006~2007) 이후 가장 많이 수비 훈련을 할 것 같다”라며 ‘역대급 훈련량’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오전의 수비 얼리워크는 모든 내야수들이 대상이다. 통상적으로 스프링캠프는 ‘3일 훈련-1일 휴식’의 3일 턴으로 진행되지만 올해 롯데는 19일까지 이어지는 괌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4일 훈련-1일 휴식’의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첫 훈련 턴에는 괌에 입성한 날이 끼어있었기 때문에 ‘3일 훈련-1일 휴식’의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이후에는 모두 4일 턴으로 치러진다.
4일 훈련 턴 중 모든 내야 선수들은 기본 2회 씩은 오전에 단내가 나도록 펑고를 받아야 한다. 원활하고 효율적인 내야 펑고를 위해 1군 문규현 수비코치에 더해 2군 김동한 코치까지 괌에 입성, 동시에 펑고를 친다. 선수들은 문규현 코치의 펑고 구질과 세기가 더 까다롭다고 혀를 내두른다는 후문. 그렇지만 두 코치가 치는 펑고의 양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매일 4명의 선수들이 1500~2000개 가량의 펑고를 받는다. 그리고 아직 수비력 향상과 경험을 쌓아야 하는 선수들은 오후 2시 이후 괌의 가장 뜨거운 땡볕 아래에서 엑스트라 훈련까지 받는다.
지난 2~3일, 첫 이틀 동안 한동희는 모두 얼리 워크 펑고를 받으면서 녹초가 됐다. 그동안 수비력과 체중 문제가 제기됐던 한동희의 경우 “그 순간에는 힘들지만 재밌다. 어차피 해야 하고 더 좋아져야 하는 것도 맞다. 수비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수비 훈련량을 많이 가져가려고 했는데 코치님의 생각도 비슷하셨다”라며 “수비는 많이 해봐야 몸에 익는다는 생각이다. 더 좋아져야 하기 때문에 분명히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도 높은 수비 훈련에 대해서 설명했다.
FA 시장에서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선수단을 보강했다. 하지만 ‘기본’이 되지 않으면 성적도 올릴 수 없다는 명제를 다시금 깨닫고 더욱 치열하게 스프링캠프를 치르려고 한다. 과연 롯데는 올해 이전과 다른 수비력으로 탄탄한 팀으로 발돋움 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