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임진다니까!”
지난 3일 롯데의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데데도 스포츠 컴플렉스. 캠프 이틀차에 접어든 이날, 외국인 투수인 댄 스트레일리의 불펜 피칭을 시작으로 투수조의 본격적인 피칭이 시작됐다. 스트레일리는 홀로 불펜 피칭을 실시했고 이후 신인 이태연, 정성종, 나균안, 나원탁, 최준용, 최이준 등이 불펜 마운드에 올랐다. 이들은 모두 이틀 연속 불펜 피칭을 펼쳤다. 배영수 코치는 “세트 모션 타이밍을 보기 위해 이틀 연속으로 불펜 피칭을 시켜봤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세트 모션 피칭에 대해서는 스케줄을 다시 짜야 할 것 같다”라면서 고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날 배영수 코치의 목청이 커지고 고민을 깊어지게 한 선수는 다름아닌 2017년 1차 지명, 롯데의 ‘아픈 손가락’인 윤성빈(24)이었다. 배영수 코치가 마무리캠프 때부터 심혈을 기울이며 지도했고 스프링캠프 명단까지 포함됐다. 롯데가 그동안 윤성빈에 진심이었던 만큼, 배영수 코치도 윤성빈의 잠재력을 높이 사면서 엄하게 다그치며 지도했다.
하지만 전날(2일)에 이어서 이틀 연속 불펜 피칭을 지켜본 배영수 코치는 말 없이 윤성빈을 지켜봤다. 1조에서 불펜 피칭을 마친 윤성빈에게 배영수 코치는 컨디셔닝을 지시하지 않고 대기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2조의 불펜 피칭이 끝난 뒤 윤성빈을 다시 불펜장으로 불러들였다.
원론부터 들어갔다. 윤성빈의 투구 밸런스를 다잡기 위해 특별 맞춤 지도에 돌입했다. 온 몸의 힘을 모두 쓰기 위해 상체를 좌우로 크게 움직였던 폼과 밸런스를 바꾸기 위해 글러브를 낀 왼 팔을 먼저 쭉 뻗은 뒤 체중이동을 시키는 방식으로 피칭을 지시했다. 왼 팔을 쭉 뻗은 채 던지던 윤성빈의 공은 처음에는 탄착군이 형성되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듯 했다. 하지만 투구를 거듭하면서 윤성빈의 공은 탄착군이 형성됐다.
이후 10분, 20분, 30분이 지나가도록 피칭은 계속됐다. 잠시 흔들리는 기색이 있어도 배영수 코치는 말 없이 지켜봤다. 그리고 사자후를 내뱉었다. 이날 윤성빈에게 지도한 내용은 지난 마무리캠프부터 계속된 주문인 것처럼 보였다.
답답한 심정을 감추지 않은 배 코치는 결국 사자후를 내뱉었다. 윤성빈의 공이 이전과 다르게 힘 있게, 스트라이크 존으로 꽂히자 그는 윤성빈과 공을 받은 불펜 포수에게 모두 확인했다. 윤성빈은 “70%의 힘으로 던졌다”라고 말하자 배 코치는 불펜 포수에게 확인했다. 불펜 포수는 “100%에 가깝게 들어온다”라며 윤성빈의 달라진 밸런스에 확신을 심어줬다.
이어 그는 “이게 밸런스이고 이게 피칭이다. 내가 몇 번을 얘기했냐.내가 책임진다”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다시 한 번 윤성빈의 밸런스 교정과 육성에 진심이고 답답함을 표출한 것.
윤성빈 역시도 그동안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그동안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자 방황하는 시간이 길었다. 마음을 다잡기 쉽지 않았을 터.
하지만 윤성빈은 배영수 코치의 사자후를 들은 이후 자신의 투구 영상을 곧장 확인했다. 그리고 배 코치가 불펜장을 떠나고도 한동안 마운드를 지켰다. 왼 팔을 쭉 뻗은 채 투구를 하는 밸런스 훈련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결국 오후 1시 20분 부터 시작된 윤성빈의 불펜 피칭은 오후 3시가 넘어 야수들의 엑스트라 훈련이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배영수 코치는 “나는 성적을 내기 위해 온 사람이다. 투수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나는 육성을 시키러 온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배영수 코치의 윤성빈을 향한 진심은 육성 그 이상에 닿아있었다. 윤성빈에게 제대로 된 피칭을 알려주기 위한 마음은 그 누구보다 진심이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