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은 끝났다. 한화 내야 유망주 김건(23)이 새 이름과 함께 비상을 노린다.
경남고 출신 우투우타 내야수 김건은 지난 2019년 2차 5라운드 전체 53순위로 한화에 지명됐다. 데뷔 첫 해부터 2군 퓨처스 팀에서 주전 2루수로 뛸 만큼 재능을 인정받았다. 2020년에는 1군 무대에 데뷔해 4경기밖에 뛰지 않았지만 5타수 2안타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해 9월 퓨처스리그 경기 중 동료 선수와 충돌해 오른쪽 무릎을 크게 다쳤다.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군면제 판정을 받았지만 이듬해 8월 퓨처스 실전에 복귀하기까지 11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재활 이후 첫 풀타임 시즌으로 지난해 56경기를 뛰며 타율 2할5푼8리 3홈런 18타점을 기록했다.
퓨처스 팀 소속으로 서산에서 훈련 중인 김건은 “처음 부상을 당했을 때는 ‘다시 야구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때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그 과정을 통해 얻은 것도 많다. 주변에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고, 잡생각 없이 재활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제 수술한 무릎은 다 회복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풀시즌을 하면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마냥 열심히 하는 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어떤 게 나한테 맞는 운동이고, 어떤 생각으로 경기를 해야 하는지 조금 알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비시즌 훈련도 그 연장 선상이었다. 고향 부산에서 경남고 동기이자 팀 동료인 노시환, 1년 선배 한동희(롯데)와 함께 훈련했다. 지난해를 끝으로 은퇴한 뒤 방송 활동으로 바쁜 ‘대타자’ 이대호도 예능 프로그램 ‘최강 야구’를 위해 틈틈이 개인 훈련하면서 고교 후배들과 시간을 보냈다.
김건은 “이대호 선배님이 시간이 되실 때마다 훈련장에 오셨다. 앞으로 야구하면서 내게 맞는 방향성을 찾는 데 도움을 주셨다. 연습하는 방법부터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조언들을 들었다”며 “이전까지는 내가 어떤 유형의 선수인지 모르고 했다면 이제는 어떤 선수가 돼야 할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부터 타격 컨택에 강점을 보인 김건은 “타격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수비에 대한 생각이 크다. 지난해 내야 전 포지션을 거의 다 봤다. 1군에 가면 백업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자리에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올해도 어디든 들어갈 수 있게 준비하겠다”며 “(8일 시작되는) 일본 고치 스프링캠프 때 일본 선수들이 하는 수비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한화 퓨처스 팀은 일본 독립리그 팀들과 9차례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키운다.
김건은 지난해 4월 이름도 바꿨다. 원래 이름은 김현민이었지만 손아섭(NC) 개명으로 유명한 부산의 작명소에서 문빗장 건(楗)이라는 새 이름을 받았다. 문빗장은 문을 닫고 가로질러 잠그는 막대를 뜻한다. 김건은 “부모님이 개명을 원했고, 부상 없이 야구를 잘하기 위해 이름을 바꿨다. 좋은 기운들이 빠지지 않게 걸어잠근다는 의미”라며 “올해는 1군에 가서 최대한 많은 경기를 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