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자해지?
LG 트윈스 내야수 서건창(33)의 연봉이 깎였다. 2022년 2억6000만 원을 받았으나 6000만 원(-23.1%)이 삭감된 2억 원에 2023 연봉을 재계약했다. FA 선언도 두 번이나 못했다. 이제는 초심으로 돌아가 최근 부진을 딛고 반등에 성공할 것인지도 주목받고 있다.
서건창의 연봉은 FA 대박 의지로 인해 사연이 담겨있다. 2020시즌을 마치고 연봉삭감(1억2500만 원)을 자청해 2억2500만 원을 받았다. 스스로 B급 선수로 격하시켜 FA 대박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시련의 시작이었다. 시즌 도중 트레이드를 통해 LG로 이적했다. LG 아킬레스건을 치유하면서 대박을 터트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2할5푼3리에 그쳤다.
서건창은 2021시즌을 마치고 FA 대박이 어려워지자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1년짜리 일반계약을 했다. 2할5푼3리의 성적을 낸 일반 선수라면 당연히 삭감대상이었다. LG는 키움 시절 자진삭감한 측면을 고려해 오히려 3500만 원을 올려주었다. 2022시즌 활약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했다.
2022시즌을 기약했으나 오히려 성적이 더 낮아졌다. 77경기 2할2푼4리 2홈런 18타점 39득점에 그쳤다. 이제는 규정타석도 소화하지 못했고, 백업선수로 밀려났다. 사실상 FA 자격을 행사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고 결국 포기했다. 이번에는 연봉 삭감은 불가피했고 2억 원으로 낮아졌다.
과감하게 연봉삭감의 배수진을 쳤지만 오히려 발목을 잡은 셈이다. 올해 FA 삼수생으로 나서지만 권리를 선언하기 쉽지 않아보인다. 8월22일이면 만으로 34살이 된다. 내년에는 35살이다. 특급성적이 아니면 좋은 조건을 받기 힘든 조건이다. 최근들어 급격히 에이징커브 증후를 보였다.
애리조나 캠프로 떠난 서건창은 이제는 마음을 비우고 2023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대신 의미심장한 변화가 생겼다. 넥센 시절 자신을 키웠던 스승 염경엽 감독을 다시 만났다. 염 감독도 서건창의 부진을 안타깝게 여겨왔다. 머리를 맛대고 새로운 실마리를 찾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건창이 무너지지 않고 반등을 기대 받는 이유이다. 2014년 프로야구 최초로 200안타를 돌파했고 MVP까지 따냈다. 신고선수로 입단해 방출 당했지만 끝내 최고의 타자 반열에 올랐다. 최근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지만 방출설움을 받았던 시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지난 2년 동안 서건창이 제몫을 못한 탓에 LG는 확실한 2루 주전이 없다. 이왕이면 경험과 실적을 갖춘 서건창이 결자해지한다면 LG에게는 최상의 시나리오이다. 염경엽 감독도 200안타 타자의 재반등을 애타게 기대하고 있다. 그걸 모를리 없는 서건창의 마음은 오죽하랴.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