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보여준 게 없어서…저도 화납니다.”
한화 내야수 정민규(20)는 지난 2021년 한화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거포 유망주다. 부산고 출신으로 하위 3개 팀에 전국 1차 지명권이 주어진 시기에 한화의 부름을 받았다. 내야 리빌딩이 거의 완성된 한화였지만 장타자로서 자질을 지닌 정민규의 재능을 지나칠 수 없었다.
데뷔 후 2년이 지났다. 아직 1군에서 보여준 건 없다. 2021년 6경기, 지난해 9경기로 총 15경기를 뛰며 타율 1할2푼8리(39타수 5안타)를 기록한 게 전부. 하지만 2군 퓨처스리그에선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81경기 타율 2할5푼7리(284타수 73안타) 8홈런 51타점을 기록했다. 북부리그 타점 1위.
최원호 한화 퓨처스 감독은 “1년, 1년 기량이 느는 게 보인다. 확실히 1차 지명된 선수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며 “빠른 공에도 타이밍이 늦지 않다. 수비도 내야 포지션을 다 시켜봤는데 2루와 1루를 제일 잘한다. 2루에서 피벗 동작이 좋다. 잘하면 안치홍(롯데) 같은 거포형 2루수가 될 수 있고, 2루에 자리가 없다면 1루수로 쓰면 된다. 빠른 2003년생이로 나이도 어리고,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상무야구단에도 합격했다. 오는 5월8일이 입대 예정일로 현재는 서산에서 퓨처스 팀 소속으로 훈련 중이다. 군사훈련은 시즌 뒤에 소화할 예정으로 시즌 시작은 한화에서, 5월8일부터는 상무 소속으로 시즌을 쭉 이어간다. 8일부터 일본 고치에서 열리는 퓨처스 스프링캠프에도 정상 참여한다.
1군에서 풀로 뛸 수 없는 상황이라 시즌 준비에 완전히 몰두하기 어려운 상황. 하지만 정민규는 “조금 특수한 상황이지만 야구가 나의 직업이다. 시즌 중 군대를 간다고 해서 다를 건 없다. 작년보다 더 제대로 준비하고 싶다”며 “사실 1년 더 뛰고 군대에 가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상무에서도 야구를 할 수 있고, 빨리 병역을 해결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범경기에서 홈런 1개 포함 14경기 10타점으로 활약한 정민규는 개막전 선발 1루수 기회를 잡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삼진 2개 포함 3타수 무안타로 마쳤고, 4월 3경기와 5월 6경기를 끝으로 1군 기회를 받지 못했다.
정민규는 “내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못 잡았다. 아쉬움이 있었지만 퓨처스에서 감독님, 코치님들, 형들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특히 (이)진영이형이 타격시 머리가 흔들리는 점을 알려준 게 도움이 됐다. 머리를 최대한 움직이지 않으면서 투수 보는 시야가 흔들리지 않았다”며 “수비에서도 최윤석 코치님이 당근과 채찍으로 가르쳐주셨다. 멘탈적으로 실수를 해도 위축되지 않고 그라운드를 보는 여유가 생겼다”고 돌아봤다.
2021년 1차 지명 선수 중에는 투수 이의리(KIA), 이승현(삼성)처럼 1군에 자리잡은 선수들도 있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1차 지명자로서 책임감이 큰 정민규는 “이제 3년차인데 다른 팀들의 1차 지명보다 보여준 게 없다. 팬분들께서도 화가 나시겠지만 가장 화나는 사람은 제 자신이다. 나중에는 다른 1차 지명 선수들보다 팀에 더 도움이 될 수 있게 하겠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상무에 가서 모든 부분에서 발전했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상무에 다녀온 뒤 최대한 빨리 1군에서도 타점왕을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