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투수들의 제구력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지난해 두산 마운드의 볼넷은 555개로, 최하위 한화(602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사구 또한 70개로 공동 4위.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2021년에는 볼넷이 587개, 사구가 73개로 더 많았지만 볼넷은 전체 6위, 사구는 8위였다. 두산 투수들의 제구가 지난해 상대적으로 크게 흔들렸다는 이야기다. 그 결과 두산은 창단 첫 9위 수모와 함께 최다 평균 경기시간(3시간 22분) 불명예를 안았다.
연습 때부터 기초를 다져야 실전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법. 두산은 투수들의 제구 난조를 해소하고자 스프링캠프 불펜 구성에 만전을 기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포수 미트 앞에 설치된 가상의 스트라이크존. 코칭스태프와 운영팀 직원들의 심도 있는 논의로 존을 투수와 포수 눈에 보이게 구현했다. 아울러 그 존을 기존 정상 범위보다 조금씩 낮춰 투수들이 낮은 공을 원활하게 던질 수 있게끔 했다.
투수가 투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포수 뒤쪽의 영문 안내 간판은 차양막으로 가렸다. 두산 관계자는 “이승엽 감독님이 포수 뒤에 붙어 있는 안내 간판이 투수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차양막을 설치했다”라고 귀띔했다.
지난 1일차와 2일차 훈련에서 불펜피칭을 실시한 선수는 총 16명. 이들은 모두 끈으로 설치된 가상의 스트라이크존을 보며 2~30구 불펜피칭을 실시했다. 포수들은 투수의 공이 가상의 존을 통과해 미트에 꽂힐 때마다 “나이스볼”을 외치며 사기를 북돋았다.
투수들은 스크라이크존 설치를 대체적으로 반기는 모습이었다. 스트라이크존을 아예 의식하지 못했다는 선수도 있었지만 제구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설령 의식을 하지 못하더라도 존을 하향 조정했기에 무의식적으로 낮은 공 제구를 연습할 수 있다는 메리트도 있다.
두산 마운드는 지난해 볼넷, 사구뿐만 아니라 팀 평균자책점 또한 4.45로 8위, WHIP는 1.48로 9위에 그쳤다. 여기에 믿었던 선발 자원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줄줄이 이탈하며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선발 10승 투수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타격이 좋은 팀은 승리하고, 마운드가 좋은 팀은 우승한다는 말이 있다. 두산이 지난해 8년 만에 가을야구를 TV로 보게된 건 마운드의 붕괴가 크게 작용했다.
이번 스프링캠프의 과제는 명확하다. 선발과 불펜 할 것 없이 정교한 제구력을 장착해 작년 볼넷 2위의 오명을 씻어야 한다. 이 감독은 “우리 투수들이 지난해 볼넷이 많았다. 문제는 제구였다. 볼넷을 줄여야한다”라며 “가상의 스트라이크존이 도움이 될 것 같다. 투수들 모두 불펜피칭부터 제구를 신경 쓸 필요가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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