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만 있어도 공이 잘 나가는 느낌입니다.”
롯데 자이언츠가 FA 시장에서 일찌감치 점찍고 영입한 유강남(31). 4년 80억 원이라는 대형 계약은 롯데가 유강남을 향한 기대치를 반영한다. 강민호(삼성)가 떠난 이후 포수 약점을 좀처럼 해결하지 못했고 결국 FA 시장까지 눈을 돌려서 삼고초려 끝에 유강남을 영입했다.
롯데는 지난달 유강남을 비롯한 내야수 노진혁, 투수 한현희 등 FA 영입생 3명의 입단식을 개최했다. 롯데는 유강남을 소개하는 영상에서 ‘투수가 원하는 포수’라고 유강남을 칭했다. 포수 입장에서는 최고의 칭찬이기도 하다. 당시 유강남은 구단의 소개 영상을 본 뒤 “포수를 시작하면서 ‘투수가 원하는 포수’, ‘투수에게 직접 찾아가는 포수’가 되자고 했다. 구단이 소개한 영상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다. 투수진들을 직접 찾아가면서 신뢰를 줄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마음가짐을 다잡았다.
실제로도 유강남은 빨리 롯데 투수들의 공을 잡아보고 싶어했다. 스프링캠프 출국 직전 “캠프 초반부터 피칭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스케줄에 맞춰서 몸을 잘 만들었다. 근래 캠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몸을 잘 만든 것 같다”라면서 “투수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게 먼저이기 때문에 잘 준비된 모습으로 투수들의 피칭을 제대로 받아보고 싶다”라고 의욕을 다졌다.
실제로 롯데는 2일 스프링캠프 훈련 첫 날부터 불펜 피칭을 펼쳤고 유강남은 처음으로 롯데 투수들의 공을 받았다. 유강남은 문경찬, 김원중, 최준용과 호흡을 맞췄다. 투수 당 30개 씩의 공을 받은 유강남은 공 하나마다 혼을 실어서 파이팅을 외쳤다. 훈련장 전체가 떠나갈 듯 목청을 높였다.
파이팅을 외치면서 자신의 장기인 프레이밍에도 심혈을 기울였고 이후에는 수시로 투수들의 구종과 좋아하는 코스를 물어보고 논의를 하는 등 투수들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원바운드 변화구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블로킹을 해냈다. 유강남은 불펜 피칭을 받는 동안 쉴 틈이 없었다. 배영수 투수코치, 최경철 배터리 코치 모두 유강남의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며 “(유)강남이 몸 잘 만들어 왔네!”라며 되려 격려하기도 했다.
마무리 투수 김원중은 “(유)강남이 형과는 그냥 경기장에서 오고가면서 인사 정도 하는 사이였다”라면서 “하지만 영입이 발표되고 강남이 형이 먼저 전화가 와서 얘기들을 많이 나눴다. 영상통화도 하면서 의견을 공유했다. 우리 팀 모든 포수들이 잘 하고 있지만 강남이 형은 그래도 FA까지 한 명품 포수지 않나. 의심할 여지가 없다”라며 믿음과 신뢰를 드러냈다.
최준용 역시도 유강남과 처음 호흡을 맞췄지만 든든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최준용은 “느낌적인 느낌이지만 기본적으로 잘 하시는 포수 선배님이다. 지금 몸을 끌어올리고 있고 투구 컨디션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 그냥 앉아면 있는데도 공이 잘 나가는 느낌이었다”라며 웃었다.
유강남의 롯데 투수 알아가기, 그리고 롯데 마운드에 퍼질 ‘유강남 효과’는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