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자리요? 조금씩 생각나죠."
지난해 롯데는 구단 역사상 최고의 타자이자, KBO리그 역사에서 입지전적인 기록을 남긴 '레전드' 이대호(41)를 떠나 보냈다. 이대호는 롯데가 세심하고 성대하게 준비한 은퇴식에서 눈물을 훔치면서 떠났다. 그의 등번호 10번은 후대의 롯데 선수 그 누구도 달 수 없는 영구결번으로 남게 됐다.
이대호의 은퇴식은 지난해 10월에 열렸고 어느덧 4달이 흘러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있다. 이대호 은퇴 이후 맞이하는 첫 번째 시즌이다. 지난해 롯데 최고의 생산력을 과시했던 이대호의 빈 자리를 경기력 면에서 채워야 한다. 그리고 스프링캠프에서도 이대호가 외쳤던 파이팅이 사라진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 분명 오랫동안 함께했던 선수라면 당연한 감정이다.
이대호가 떠나고 '최고참' 자리를 물려 받게 된 전준우(37)는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2008년 데뷔한 이후 이대호의 전성기를 직접 지켜봤고 해외 무대로 떠나는 순간에도 함께했다. 이대호가 일본, 미국을 거치고 돌아온 뒤에도 전준우는 여전히 롯데 선수였다. 결국 이대호의 은퇴를 가장 옆에서 지켜보게 됐다. 이대호도 전준우를 아꼈고 전준우도 이대호를 깍듯하게 예우를 하면서 우러러봤다. 그만큼 사이가 각별했다.
2일 롯데의 괌 스프링캠프 첫 훈련날, 전준우는 이대호의 빈 자리를 채워야 하는 최고참 선수로서 그 누구보다 목소리를 높였고 훈련장 분위기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스프링캠프에서 이대호와 함께 선수들을 독려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던 전준우였지만 이제는 홀로 파이팅을 외친다.
그는 "내가 파이팅을 외치지 않으면 선수들이 얘기들을 잘 안하는 것 같다"라면서 "오랜만의 해외 스프링캠프라서 그런 것인지,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와서 낯을 가리는 것도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롯데라는 분위기를 알려주고자 하는 것도 있고 캠프에 오면 힘드니까 금방 지치고 다치게 된다. 그걸 조금 막기 위해서 제 나름대로 활발해지는 것도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대호의 빈 자리도 덩달아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 전준우는 "원래 (이)대호 형과 제가 캠프에서 목소리가 가장 컸다"라면서도 "아무래도 대호 형은 특별했던 선수였지 않나. 롯데에서도, 한국 야구에서도 특별한 선수였기 때문에 빈자리가 조금은 생각는 것 같다. 그만큼 대호 형의 존재감을 채우고 대호 형 만큼 하려면 조금 더 많이 해야될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2년 간 맡았던 주장 직함을 안치홍에게 물려주고 '최고참'의 자리에 올라서게 됐다. 그는 "사실 원래도 애들한테 잔소리도 많이 했고 해야 되는 말을 하던 나이 많은 형이었다. 주장이라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주장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야기를 안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롯데의 분위기를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오랜만의 해외 캠프에 선수단이 대폭 보강되면서 새로운 선수단 수준이 된 롯데의 상황에서 전준우 같은 구심점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는 "제가 롯데의 문화를 알려준다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다가갈 것이다. 새롭게 온 친구들도 노력을 많이 할 것이다. 노력하다 보면 롯데라는 팀을 알게 될 것이고 하나로 뭉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면서 "또 새롭게 온 선수들이 어린 선수들이 아니고 베테랑들이다. 자기 루틴들이 다 있을 것이다. 워낙 잘 했던 선수들이고 잘 뭉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라고 말하며 새로운 선수들과의 융화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표현했다.
주장 안치홍과 함께 롯데를 이끌어가는 리더의 중심 축인 전준우. 과연 이대호가 떠난 빈 자리를 그라운드 안팎에서 충실하게 채우는 시즌을 보낼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