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에 이런 야구장이 있는지 몰랐다.”
서태평양에 위치한 북마리아나 제도의 미국령 괌은 한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휴양지 중 하나다. 온화한 기후에 시차가 거의 없기에 신혼여행, 태교여행 등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은 편이다. 코로나19로 3년여 동안 걸어 놓았던 국경의 빗장이 해제되면서 한국인들이 다시 찾기 시작했다.
관광객들 틈바구니에서 롯데 자이언츠는 괌으로 스프링캠프 장소를 정했다. 3년 만에 떠나는 스프링캠프를가 아예 새롭게 개척해야 하는 곳이었다. 과거에는 삼성, KIA 등이 괌을 스프링캠프 장소로 썼지만 한동안 KBO리그 구단들의 발길이 끊긴 상태였다.
현재 롯데는 데데도 스포츠 컴플렉스를 메인 구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내야 펑고 훈련 만을 위해 파세오 야구장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당초 롯데의 구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사전 답사를 통해 현재는 내야 펑고 훈련만 진행 중인 파세오 야구장을 스프링캠프 메인 구장으로 정했다. 인근에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에 보조구장까지 갖춘 곳이었다. 사전에 구장 관리 인원들을 파견해 그라운드 보수를 진행했고 내외야 그라운드를 사직구장급으로 탈바꿈 시켰다. 구단 고위층 모두 그라운드 상태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런데 변수가 발생했다. 만반의 준비를 마쳤지만 이후 괌 주정부에서 파세오 구장에서 대단위 행사를 진행했다. 내야는 괜찮았지만 외야 그라운드 상태가 엉망이 됐다. 구단이 그동안 들인 노력이 허사가 됐다. 결국 구단은 다른 장소를 정해야 했는데 ‘플랜B’였던 데데도 스포츠 컴플렉스를 메인 구장으로 정했다.
재정비를 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기에 데데도 그라운드의 상태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가장 큰 장점이 있었다. 미국 본토 애리조나의 스프링캠프 훈련장처럼 메인 타워를 기준으로 동서남북에 4면의 야구장이 있다. 이를 모두 활용할 수 있었다. 여기에 바로 옆에 실내훈련장에서 악천후 시 컨디셔닝 훈련을 진행할 수 있다. 결국 데데도 스포츠 컴플렉스를 메인 구장으로 바꿨고 내야 상태는 괜찮았던 파세오 구장을 내야 펑고 훈련을 위한 장소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데데도와 파세오는 차량으로 약 15분 남짓 소요된다.
지난 2일 스프링캠프 첫 날, 오전에 뿌린 스콜로 훈련 시간 자체가 늦어졌지만 야구장 4면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점에서 코칭스태프의 호평을 받았다. 과거 삼성 코치 시절 괌에서 스프링캠프를 했던 김평호 주루 작전 코치는 “괌에 이런 야구장이 있는 지 몰랐다. 미흡한 점이 보이기는 하지만 잘 가꾸면 될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사실상 롯데가 새롭게 개척한 스프링캠프지나 다름이 없었다. 롯데는 향후 데데도 스포츠 컴플렉스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활용하기 위해 대대적인 리모델링도 감수할 의향이 있다. 그만큼 구단에서도 매력을 느꼈다. 현재 데데도에서는 내야 훈련은 힘든 실정이지만 향후 정비를 한다면 야구장 4면에서 타격, 수비, 주루, 투수 등 효율적인 훈련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파세오 구장 역시 추가적으로 쓸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도록 준비한다면 훈련의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다. 괌 주정부와 관광청 등의 협조, 선수단의 선호 여부 등의 관문이 남아있긴 하지만 롯데는 이러한 과정도 감당하려고 한다.
또한 훈련 여건 뿐만 아니라 그룹 및 구단 차원에서의 중점 사안에 대한 고민도 엮여있다. 롯데 구단은 장기적으로 자매 구단인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와의 교류를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그룹 차원에서 힘을 주는 사안이다.
지바 롯데의 스프링캠프지인 오키나와 본섬에서 약 한시간 가량 떨어진 이시가키섬에서 2차 캠프를 시작해 교류전을 치르고 오키나와 본섬으로 이동해 국내 구단들과 연습경기를 치르는 계획이다. 올해가 이러한 계획의 원년이다. 오는 19일까지 괌에서 체력 및 기술 훈련을 진행한 뒤 20일부터 27일까지 이시가키에서, 이후에는 3월 7일까지 오키나와 본섬에서 연습경기를 치른다.
결국 효율적인 이동 동선도 고려해야 핬다. 호주, 미국 등 다른 곳에서 1차 캠프를 치를 경우 오키나와 캠프를 치르기에는 다소 애로사항이 있다. 이동과 시차적응이라는 문제가 어쩔 수 없이 따라온다. 오키나와에서 줄곧 캠프를 치르면 더할나위 없지만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괌은 이동의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라는 판단이다.
롯데는 그동안 꾸준히 한 곳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하지 못했다. 과거 일본 가고시마, 북마리아나제도 사이판, 미국 애리조나, 대만 가오슝, 호주 애들레이드 등지에서 캠프지를 차렸지만 장기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올해부터 괌을 개척하고 난관들을 극복한다면 롯데만의 새로운 캠프지를 구축할 수 있다. 과연 롯데의 장기적인 스프링캠프지 구상이 계획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