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답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당찬 포부와 함께 출발한 생애 첫 프로 스프링캠프. 선배들을 따라 열심히 훈련하고, 불펜에 앉아 선배들의 공도 처음 받아봤지만 포부와 달리 몸과 표정이 경직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두산 스프링캠프의 유일한 신인 윤준호(23)가 숨 가빴던 첫 캠프 일정을 마쳤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지난달 고심 끝 2023년 신인선수 11명 가운데 5라운드 49순위로 입단한 포수 윤준호만 호주 1군 스프링캠프에 데려가기로 결정했다.
2023 신인드래프트서 김서현(한화), 윤영철(KIA)이 고교 무대를 평정하며 주목을 받았다면 윤준호, 유현인(KT)은 이승엽 감독이 이끌었던 최강 몬스터즈에서 각각 포수와 내야수로 활약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이들은 JTBC 야구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에서 박용택, 정근우, 유희관, 정성훈, 심수창 등 야구계 대선배들의 조언 속에 무럭무럭 성장했다. 그리고 마침내 프로의 꿈까지 이뤘다.
윤준호는 경남고-동의대를 나온 우투우타 대졸 포수다. 아마추어 시절 안정적인 수비를 앞세워 줄곧 주전 안방마님을 담당했고, 대학 시절에는 공격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뽐내며 U-23 야구 월드컵 국가대표팀에 승선하기도 했다.
윤준호는 지난 1일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스포츠파크에서 자기소개로 생애 첫 프로 스프링캠프를 출발했다. 새 외국인선수 3인방 소개에 이어 등장한 그는 “이번에 신인으로 두산에 오게 된 포수 윤준호입니다. 신인답게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선배들의 박수를 받았다.
윤준호는 양의지, 안승한, 장승현, 박유연 등 포수 선배들을 따라 첫 일정을 소화했다. 이날 착용할 장비를 선택한 뒤 워밍업을 거쳐 불펜에 앉았고, 이승진, 이병헌의 불펜피칭을 받았다. 윤준호는 낯선 1군 캠프였지만 선배들의 공을 받을 때마다 “파이팅”을 외치며 의욕적으로 훈련에 임했다. 그는 신인답지 않게 이병헌과 불펜피칭을 복기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세리자와 유지 배터리코치도 윤준호에 특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불펜피칭 도중 윤준호를 직접 불러 음료를 건네며 “긴장되나. 신인답게 즐기면서 하면 된다”라고 경직된 루키의 몸을 풀어주려 했고, “공을 받는 순간 ‘오케이’를 외쳐라. 그게 곧 공을 받는 타이밍이 된다. 선배들을 보면서 파이팅 해보자”라고 기술적인 조언도 건넸다.
두산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주전 양의지의 뒤를 받칠 제2의 포수를 찾아야 한다. 일단 1군 경험이 비교적 풍부한 안승한, 장승현 등이 경쟁에서 앞서있는 게 사실이지만 포수는 워낙 변수가 많은 포지션이다. 또한 이승엽 감독이 취임식 때부터 “모든 선수에게 똑같은 기회를 주겠다”라고 밝히며 전 구성원이 희망을 갖고 훈련에 임하고 있다. 윤준호 또한 그 후보군 중 1명이며, 1군 데뷔 가능성이 낮아도 캠프 참가 자체만으로도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승엽 감독은 윤준호의 호주행과 관련해 “이번 스프링캠프는 투수들이 많이 가게 돼서 포수가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신인 중 유일하게 윤준호만 명단에 넣게 됐다”라며 “최강야구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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