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재수를 선택한 LG 트윈스 임찬규가 지난해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5선발 경쟁으로 내몰렸지만, 오히려 마음은 더 편안해졌다. 생각을 바꿔 머릿속에 ‘FA’를 지우고 ‘우승’을 적어넣었다.
2011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전체 2순위)로 LG에 입단한 임찬규는 데뷔 첫 해 65경기(82.2이닝)에 등판해 9승 6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4.46을 기록했다.
첫 해부터 선발과 불펜 전천후로 너무 많은 이닝을 던진 탓에 이후 구위가 떨어졌고 군대를 다녀온 뒤에 2017시즌부터 선발 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2017년 11승, 2020년 10승으로 두 차례 10승 투수가 됐다. 그러나 2021년 평균자책점 3.87의 괜찮은 투구 내용이었는데 1승 8패에 그쳤다. 승운이 유달리 따르지 않았고, 후반기 직구 구속이 140km 후반까지 상승하면서 경기 내용은 좋았다.
2022시즌, FA를 앞둔 해였다. 그런데 전반기 부상과 부진으로 뜻대로 되지 않았고, 기복이 심했다. 23경기에서 6승 11패 평균자책점 5.04로 마쳤다. 시즌 후 FA 자격을 취득했으나, FA 신청을 하지 않고 재수를 결정했다.
1일(한국시간) LG의 스프링캠프 장소인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베이스볼 콤플렉스에서 만난 임찬규는 “많은 고민을 해서 (FA 재수를) 선택했다. 팀에 공헌도 낮았다. 정말 작년에 우리 팀이 우승하자는 분위기였는데, 내가 못했다는 생각에 FA 신청을 못하겠더라"고 말했다.
이어 "내 성적이 안 좋아 위축될 수 있고. 만약 (FA 신청해) LG를 떠난다면, 계속 가슴 속에 남을 거 같았다. 이 팀을 위해 더 헌신하고 나서 FA를 하고 싶었다. 좋은 말을 하는게 아니고, 정말 진심으로 뭔가 하고 나서 FA가 되고 싶었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지난해 출발이 잘못됐다. 임찬규는 2021시즌 단 1승에 그쳤지만 투구 내용은 좋았다. 2022시즌으로 이어가는 듯 했다. 임찬규는 “솔직히 작년에 시즌 시작하기 전에 FA 생각을 많이 했다. 2021년 후반기에 좋았고, 구속도 올라오고, 팀도 우승후보로 꼽혀서, 지금 우승해서 15승 해서 엄청 댕기자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거창한 계획과 달리 전반기부터 못하면서 나쁜 결과로 끝났다. 임찬규는 “그런 생각 자체를 하면 안 되겠더라. 염경엽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그 생각을 한 것 자체부터가 실패한 시즌이다고 말씀하시더라. 맞는 말이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 5선발 경쟁이다. 팀내 토종 선발 투수 중 맏이인 그는 후배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임찬규는 “이전에도 3~4선발을 보장받았다는 느낌은 없다. 계속 5선발 경쟁을 한다 생각했다. 2020~2021년 정도만 3~4선발이었지, 늘 경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부상없이 나의 것을 찾아가고 싶다. 나만의 색깔을 가져가야 한다. 경쟁에 크게 압박, 부담은 없다. 조급하고 싶지 않다. 몸 상태가 안 올라와서 못했던 적도 있어서, 빨리 급하게 하다보면 반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실패를 되풀이 하진 않겠다는 각오다. 임찬규는 “FA와 상관없이 보직에 상관없이 당연히 최선을 다해서 선발에 도전하겠지만, 설령 중간을 가든 롱릴리프로 가든 어떠한 자리든 그런(FA) 생각 없이 하는 게 올 시즌 목표인 것 같아요. 무(無)인 것 같아요. 몇 이닝을 던지겠다. 몇 승을 하겠다 이런 말을 지킨 적이 없어요. 그래서 그냥 무(無). 흰색 도화지에 4월부터 하나씩 써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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