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경남 거제에서 치러진 한화 스프링캠프에는 카를로스 수베로(51) 감독이 없었다. 고국 베네수엘라의 불안한 현지 사정 탓에 외교부의 행정 절차가 지연됐고, 수베로 감독의 여권도 외교 행낭 속에 갇혔다. 여권 배송이 하염없이 늦어지면서 완전히 발이 묶이고 말았다.
결국 수베로 감독은 거제에서 3주간 진행된 1차 캠프를 통째로 건너뛰어야 했다. 코로나19 시국이라 2월17일 입국 후 일주일 자가격리를 거쳐 25일부터 대전에서 열린 2차 캠프부터 지각 합류했다.
그 사이 수석코치를 맡았던 대럴 케네디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캠프를 총괄했고, 수베로 감독도 화상 통화로 꾸준히 훈련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감독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훈련 분위기나 몰입도에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시작부터 불안했던 2022년 한화는 팀 역대 최다 96패를 당하며 10위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기본적인 전력 자체도 약했지만 한화는 캠프 준비 과정에서 감독의 부재가 미친 영향이 컸던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하지만 올해는 시작이 다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3년 만에 해외 스프링캠프 길이 열렸고, 한화는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로 향했다. 미국 플로리다에 거주 중인 수베로 감독도 지난달 31일 애리조나로 넘어왔고, 코칭스태프와 캠프 시설 답사에 나서면서 시즌 준비에 첫걸음을 내딛었다.
한화가 새로 찾은 캠프지인 애리조나 벨뱅크파크는 지난해 신축된 스포츠 컴플렉스. 한화 선수단이 야구장 3면과 실내 웨이트룸과 치료 시설 등을 사용한다. 캠프지를 둘러본 수베로 감독은 “구단이 많은 공을 들여 장소를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좋은 선택이다. 이렇게 좋은 시설에서 시즌의 시작을 연다는 것이 선수들에게도 새로운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 한화에 온 수베로 감독은 올해가 3년 계약의 마지막 해. 구단과 함께 대대적인 리빌딩 작업을 이끌며 2년간 나름 분투했지만 첫 해에 비해 2년차 시즌 승률이 더 떨어졌다. 거취가 불안불안했지만 3년째 계약 기간을 보장받은 수베로 감독은 오프시즌 채은성, 이태양, 오선진 등 3명의 FA 영입으로 구단 지원을 받았다.
이제 리빌딩의 결과를 내야 하는 시즌이다. 라스트 댄스를 준비하는 수베로 감독은 “구단에서 FA 영입으로 전력 보강은 물론 좋은 시설에서 훈련을 할 수 있게 해준 점에 고마움을 느낀다”며 “새로운 코치들, 새로 합류한 선수들과 함께 더욱 단단한 팀을 만들어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