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롯데의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둔 김해국제공항.
롯데의 출국 소식을 알고 있던 팬들이 새벽 5시부터 장사진을 이뤘고 선수들에게 다가와 하나둘 씩 사인이나 사진을 요청했다. 이 중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는데 바로 ‘리틀 이정후’라고 불리는 신인 김민석(19)이다. 아직 롯데 유니폼을 입고 데뷔도 하지 않았고 이름도 얼굴도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신인 선수에게 몰려드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지명을 받았고 야수 중에는 첫 번째로 뽑힌 구단의 기대치는 곧 팬들의 기대이기도 하다. 그 기대는 호주프로야구(ABL) 질롱코리아 파견으로 이어졌고 올해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되면서 증폭됐다. 휘문고 출신 선배이자 MVP인 이정후의 후계자로 불렸기에 어쩌면 이러한 기대는 당연했다.
고등학생 딱지를 채 떼어내기도 전에 참가한 호주프로야구에서는 20경기 타율 2할3푼5리(68타수 16안타) 1홈런 1타점 11득점 OPS .612의 기록을 남겼다. 번뜩였던 초반에 비해서 시즌을 거듭할수록 아쉬운 지점이 드러났다.
수비에서는 1루수(11경기 64⅔이닝) 2루수(8경기 52⅓이닝) 3루수(3경기 18이닝) 중견수(2경기 11이닝) 등 다양한 포지션을 경험했다. 타격 재능은 출중했지만 그에 비해서 수비에서 아직 확신을 심어주지 못했다.
호주에서의 경험에 대해 "아마추어에서만 뛰고 외국인 선수를 만나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1군에 올라가기 전에 좋은 경험을 했던 것 같다. 빠른공도 다 좋고 처음 보는 변화구들도 많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라면서 "처음에는 결과를 내려고 했는데 저도 사람이다 보니까 욕심이 생기더라. 멀리치고 싶더라. 하지만 프로에서 많이 뛴 형들도 계시는데 제가 힘으로 이길 수가 없더라. 그래서 휘문고에서 하던 것처럼 하자고 했는데 점점 괜찮아졌던 것 같다"라고 되돌아봤다. 막판에는 약간 힘에 부친 경우도 있었다.
이제는 스프링캠프에서 본격적으로 담금질에 나서야 하는 시간. 일단 김민석은 외야수로 명단에 포함됐지만 구단은 이를 형식상의 분류라고 말한다. 김민석은 "외야수로 표기가 되어있기는 한데 내야와 외야를 병행하면서 저에게 맞는 포지션을 스프링캠프 동안 찾았으면 하는 게 어떠냐고 구단에서는 말씀해주셨다. 글러보도 외야와 내야 모두 챙겼다"라고 말했다.
김민석은 스프링캠프 명단 포함을 구단의 발표를 보고 알았다. 먼저 언질은 없었지만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그는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된 것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국내에서 하는 것보다는 해외에서 선배들과 함께 훈련하는 게 훨씬 도움이 많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안 다치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날 많은 롯데 팬들의 관심에 대해 그는 "이제 정말 롯데 선수가 됐다는 것이 실감 나고 알아봐주시니까 좋은 것 같다"라고 앳된 막내의 미소를 드러냈다.
이제 김민석은 프로 선배들, 코칭스태프들 앞에서 자신의 재능을 다시 검증 받는다. 미국령 괌, 일본 이시가키, 오키나와로 이어지는 39일 간의 스프링캠프 기간이 김민석의 오디션 기간이다.
래리 서튼 감독은 "캠프 기간이 아마 신인 선수들을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간이다. 항상 그 해에 좋은 재능의 신인들이 캠프에 합류해서 팀에 어떻게 녹아드는지 관찰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다"라면서 "캠프를 통해서 시간이 길든 짧든 상관없이 1군에서 어떻게 훈련하고 어떻게 루틴을 하고 또 어떤 생각을 하는지 신인 선수들과 대화하고 훈련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또 1군 선수들과 친해지면서 융화되는 좋은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라며 신인 김민석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