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SSG 랜더스)는 지난달 2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지역 한인 라디오 방송 'DKNET'에 출연해 한국 야구 대표팀 구성을 놓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언제까지 김광현(SSG), 양현종(KIA)인가. 일본의 경우 국제 대회를 하면 새로운 얼굴이 되게 많다. 나 같으면 미래를 봤을 것이다. 당장의 성적보다 미래를 봤더라면 많은 선수들이 안 가는 게 맞다. 새로 뽑힐 선수가 더 많았어야 했다"고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추신수는 휘문고 시절 학교 폭력 전력이 있는 안우진(키움)의 대표팀 미발탁을 두고 "안우진이 분명히 잘못된 행동을 했고 제3자로서 들리고 보이는 것만 보면 정말 안타깝다. 어떻게 보면 박찬호 선배 다음으로 잘될 수 있는 선수인데 나도 한국에서 야구를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 게 정말 많다"고 지적했다.
또 "많은 선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나이가 많다고 선배가 아니다. 이렇게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는 후배가 있으면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후배들이 잘못된 곳에서 운동을 하고 있으면 바꾸려고 해야 하는데 지켜만 본다. 그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강철 WBC 대표팀 감독은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라고 말을 아꼈고 본의 아니게 논란에 휩싸인 안우진은 "저로 인해 불편한 상황이 생겨 죄송하다"고 고개 숙였다.
반면 대표팀 주장으로 선임된 김현수(LG)는 "대표팀은 선수가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뽑히는 거다. 세대교체는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실력이 있는 선수가 못 나가는 것보다 실력이 있는 선수가 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신수가 세대교체 대상으로 콕 찍은 양현종은 "저는 대표팀에 뽑힌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으로 생각한다. 당연히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 야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추신수에게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2023 지휘봉을 맡겨보면 어떨까.
오는 11월 열리는 APBC는 한국, 일본, 대만, 호주 등 아시아 4개국의 24세 이하 젊은 세대로 구성된 팀들이 참여해 아시아 프로야구 최강팀을 가리는 대회다. APBC는 각 국의 젊은 선수들에게 국가대항전 출전 기회와 국가대표로서의 자긍심을 부여하고, 향후 WBC 등 국제대회에서 활약할 유망주와 스타 선수들을 발굴하는 취지로 창설돼 지난 2017년에 첫 대회가 개최됐다.
당시 KBO에서는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을 비롯해 이제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간판 선수가 된 키움 이정후, NC 구창모, 삼성 구자욱 등 유망주들을 파견한 바 있다. 이번 대회는 24세 이하(1999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 또는 프로 입단 3년차 이하 선수와 와일드카드 선수 3명 등 총 26명으로 팀이 구성된다.
추신수가 감독을 맡게 되면 그동안 눈여겨봤던 선수들을 마음껏 뽑고 기용해 자신의 바람대로 세대교체를 꾀할 수 있다. 빅리그에서 정상급 활약을 펼친 현역 선수가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게 된다면 흥행에도 아주 큰 도움이 될 듯.
물론 왕관을 쓴 자가 그 무게를 견뎌야 하듯 대표팀 감독의 중압감을 제대로 경험하게 될 것이다. 세상살이 자기 마음대로 안 된다는 것도 느낄 거고 바둑 훈수를 두듯 쉽게 생각하고 내뱉었던 자신의 발언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깨닫게 되지 않을까.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