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을 다시 강팀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이승엽 감독이 그 첫 행보로 스프링캠프 훈련공을 늘렸다. 훈련공을 추가로 공수했다는 건 그만큼 타자들의 훈련량을 늘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월 1일부터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에서 2023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는 두산. 현장에서 만난 구단 관계자는 작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점으로 훈련공 개수를 꼽았다. 이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캠프에서 훈련 시 사용하는 공이 대략 7000개 정도였다. 그런데 올해는 1만2000개 정도 된다”라며 “그만큼 타격 훈련 시간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귀띔했다.
한때 막강 화력을 뽐내며 7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이끈 두산 타선은 작년 팀 타율 6위(2할5푼5리), 홈런(101개)과 장타율(.365) 8위로 자존심을 구겼다. ‘115억 거포’ 김재환을 비롯해 양석환, 호세 페르난데스, 허경민 등 중심타선이 집단 슬럼프에 빠진 결과였다. 두산은 2018년만 해도 팀 타율(3할9리)과 장타율(.486) 모두 1위를 달린 팀이었다.
이에 이승엽 감독이 스프링캠프 시작과 함께 타격 파트 쪽에 칼을 빼들었다. 다만 결단은 단순하게 느껴진다. 훈련공을 추가로 공수해 타자들의 타격 훈련 시간을 늘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두산은 그 중에서도 롱티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계획이다. 두산 관계자는 “롱티는 통상적으로 타자들의 비거리와 파워를 늘리고 정확성을 기르기 위해 진행한다.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훈련 중 하나이며, 작년 마무리캠프에서도 자주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승엽 감독은 자타공인 KBO리그를 대표하는 레전드 홈런타자다. 통산 홈런 1위(467개), 역대 단일 시즌 최다 홈런 1위(56개)를 비롯해 최연소 100홈런(22세 8개월 17일), 최연소·최소경기 200홈런(24세 10개월 3일, 816경기), 최연소·최소경기 300홈런(26세 10개월 4일, 1,075경기), 7시즌 연속 시즌 30홈런 등의 다양한 홈런 기록을 갖고 있다. 비록 초보 감독이지만 화려한 커리어 덕분에 캠프 구상들이 신뢰를 얻고 있다.
이번 훈련공 증가 또한 사령탑의 타선을 부활시키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재환, 양석환의 부활은 물론 신성현, 김민혁 등 백업 거포들의 잠재력까지 끌어올리는 게 이번 캠프의 목표라고 밝힌 양의지였다. 두산 관계자는 “1만개가 넘는 공을 호주까지 보내기 위해 스프링캠프 이전부터 스태프가 신경을 많이 썼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아기가 처음 ‘엄마’라는 단어를 말하기까지 수천 번의 ‘엄마’라는 단어를 듣는다고 한다. 결국 많이 듣고 체험한 사람이 이를 표현하고 실행할 수 있다. 두산 타격도 마찬가지다. 많이 쳐봐야만 결국 타석에서 결과를 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KBO 통산 홈런 1위 이승엽 감독이 원하는 두산 훈련의 방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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