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 야구는 위기다. 엘리트 체육이라고 볼 수 있는 초등학교 야구부는 점점 축소되는 추세이고 이 자리를 리틀야구가 채우고 있다.
하지만 리틀야구단에 속한 선수조차도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리틀야구연맹에 속한 유소년 야구 선수 등록 현황은 2000명대 초반이다. 불과 3년 전보다 1000여 명 가까이 줄었다. 중학교 진학으로 생긴 결원을 신입생으로 충원하지 못하자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저출산'의 여파가 유소년 야구계를 직격으로 관통하고 있다.
최근에는 박정태, 마해영, 손민한 등을 배출한 야구 명문 초등학교인 부산 대연초등학교 야구부가 해체 위기에 몰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6명이 졸업을 했고 이제 단 1명의 선수만 남게 되면서 야구부가 존폐 위기에 놓인 것. 야구 명문도 피해갈 수 없는 현상이 됐다.
한국야구는 '박찬호 키즈', '베이징 키즈' 등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유소년 야구 선수들이 대폭 늘어났고 이 시기에 운동능력을 갖춘 재능 있는 선수들이 몰렸다. '박찬호 키즈'는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무대를 호령했던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야구를 시작한 선수들이다. 류현진, 윤석민, 김광현, 손아섭, 양현종, 허경민, 안치홍, 오지환 등 현재 한국야구를 이끌어가는 베테랑 라인업이 이 시기다.
그리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신화를 보고 자란 이정후, 강백호, 고우석, 소형준, 한동희, 김혜성 등 1998년에서 2001년 사이 출생자들을 '베이징 키즈'라고 부른다.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야구 인기는 다시 높아졌고 야구 인구도 늘어나면서 재능 있는 선수들이 대거 출몰했다.
하지만 이후 유소년 야구 인구 증가에 기폭제가 될 만한 사건은 전무했다. 2021-2022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까지 차지했던 손흥민의 맹활약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16강이라는 성적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축구는 진입 장벽 자체가 야구에 비해 낮기에 모두가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축구를 좀 더 가까이 하고 인기가 높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아울러 저출산 여파로 엘리트 스포츠보다는 여가 활동의 클럽 스포츠 활동을 더 장려하고 있고 부모들도 엘리트 스포츠에 회의적이다. 유소년 야구 인구 증가를 기대할 만한 요소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야구인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KBO가 한정된 유소년 야구 인구 속에서도 리틀야구연맹과 협업해서 '넥스트-레벨 트레이닝 캠프'를 진행하는 것도 실낱같은 희망을 더욱 증폭시키기 위함이다. 현재가 위기라는 것을 알고 있고 경험해보지 못한 기회를 제공해서 선망의 대상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다. KBO처럼 레전드 야구인들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넥스트 레벨 트레이닝-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장종훈 감독은 야인으로 지내면서 현재 유소년 야구의 위기를 뼈저리게 실감했다. 그는 "이러다가 야구도 로봇이 하게 생겼다"라고 헛웃음을 지으면서 "월드컵 호성적, 손흥민 선수의 영향으로 어린 친구들이 축구를 많이 하는 추세다. 그런 경향을 사실 잘 몰랐는데 프로에서 나와서 시선을 돌려보니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야구 위기를 걱정하는 레전드는 그렇기에 오는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의 선전을 더욱 바라고 있다. 그는 "아마 이번에 부담감이 많겠지만, 좋은 성적이 나길 바라야 한다. 그러면 유소년 야구 선수들도 좀 더 늘어나지 않겠나"라면서 후배들을 응원했다.
추신수는 대표팀에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경험 많은 야구계의 대선배는 역설적으로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위해서는 젊은 선수들을 무작정 뽑는 게 아니라 최정예 멤버를 구성해서 최고의 성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만 유소년 야구의 인기도 다시 살아날 수 있고 한국야구의 세대교체도 좀 더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어떤 선수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지만, 다른 야구계의 모든 관계자들은 이번 WBC의 성적이 향후 한국야구의 미래와 더욱 직결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