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지만 않으면 될 것 같아요.”
올 시즌을 마치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키움 이정후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다치지 않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꼽았다.
1월 초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전 삼성 출신의 최원제 더볼파크 코치의 도움으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던 이정후는 3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공항에서 피닉스 공항으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다.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계약 후 인증샷을 찍었을 때와 똑같은 옷차림, 보라스가 선물한 'B' 알파벳이 박혀 있는 보라스 코퍼레이션 여행 가방을 들고 있었다.
키움은 2월 1일까지는 선수들이 휴식(시차 적응)과 가벼운 웨이트만 하고 2일부터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솔트리버 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스프링캠프를 시작한다. 키움 선수단은 이정후 보다 하루 앞서 한국에서 스코츠데일로 이동했다.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만난 이정후는 보라스 코퍼레이션과의 에이전트 계약, 메이저리그 진출 준비에 대해 이야기했다.
‘악마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이끄는 보라스 코퍼레이션은 지난달 25일 이정후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은 보라스와 이정후, 그의 아버지 이종범 LG 코치, 어머니 정연희 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키움 구단은 올 시즌이 끝나면 포스팅 시스템으로 이정후의 ML 진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왜 스캇 보라스인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 에이전트이기도 하지만 보라스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다.
이정후는 “2020년 때부터 저한테 연락이 왔어요. 정말 그 때는 해외 진출에 대해 생각이 별로 없었을 때여서 그냥 감사하다 이 정도로 대답하고 말았다. 코로나 시기여서 줌 미팅만 했다. 그러고 나서 재작년에도 왔고, 계속 연락이 왔다. (에이전트 계약을) 안 한다고 했는데도, 이후로도 연락을 안 준 게 아니라 정말 꾸준히 연락을 잘 했다”고 지난 인연을 언급했다.
이정후는 “미국에 와서 보자 해서 직접 만나게 됐는데, 실제로 봤을 때는, 더 자세한 것은 말씀을 못 드리는데, 저한테 뭔가 비전을 얘기해 줬을 때 확 와닿는 것이 많았어요”라고 말했다.
이정후를 처음 만난 보라스는 이정후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줬을까. 이정후에 따르면, 보라스는 이정후에게 “정말 잘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 와서) 한국에서 하는 것처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심어줬다.
좀 더 솔직한 이야기도 했다. 이정후는 “솔직히 한국에서 한 만큼 못 해도 된다. 못해도 너는 충분히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보라스가 말하더라”고 소개했다. 보라스가 판단하기에 이정후에게 메이저리그 장벽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의미.
올 시즌을 마치면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 ML 구단에 마지막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시즌이다. 이정후는 어떤 점에 중점을 둘까. 목표를 물었다. 이정후는 “안 다치는 것. 지금 안 다치기만 하면 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작년에 중점을 둔 장타력은? 이정후는 “장타도 생각도 안 하고 있고, 알아서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치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주위에서도 말씀해 주셔서 제가 올해 당장 더 잘한다고 해서 제 평가가 좋아질 것도 아니고, 못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다치지 않고 많은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정후는 지난해 타율 3할4푼9리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85득점 5도루를 기록하며 5관왕(타율, 안타, 타점, 출루율, 장타율)과 함께 정규 시즌 MVP를 수상했다. 23홈런은 커리어 하이였다.
한편 이정후는 키움 캠프에서 훈련을 하다가, 오는 14일부터는 투산에서 시작하는 WBC 대표팀 합숙 훈련에 참가한다. 스코츠데일에서 투산까지는 자동차로 2시간 정도 걸린다. WBC부터 메이저리그 관계자의 주목을 받고, 보라스의 세일즈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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