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에이스 김광현(SSG)을 제치고 승률왕을 차지한 보상은 달콤했다.
엄상백은 29일 마무리된 2023시즌 KT 위즈 연봉 계약에서 2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지난 시즌 8000만 원에서 무려 150%가 인상된 금액이었다. 이는 KT 팀 내 최고 인상률이며, 이번 계약으로 김민혁, 김준태, 오윤석과 함께 신규 억대 연봉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엄상백은 덕수고를 나와 2015 신인드래프트서 KT 1차 지명으로 프로에 입단했다. 입단 초기 그를 향한 기대감은 금세 애증으로 바뀌었다. 좋은 재능과 구위를 갖고도 늘 제구 난조에 시달리며 자리를 잡지 못했다. 막내 구단 KT의 1군 진입 초창기 시절 엄주곤(엄상백-주권-정성곤) 트리오의 엄이 바로 엄상백이었다.
엄상백은 군 입대를 커리어의 전환점으로 만들었다. 2019시즌을 마치고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해 2년 동안 퓨처스리그를 폭격했다. 첫해 남부리그서 10승 4패 평균자책점 1.68로 2관왕(다승, 평균자책점)을 차지한 뒤 2021년 11경기 6승 무패 1홀드 평균자책점 1.46으로 기세를 이었다. 피안타율이 .218에 불과했고, 사사구가 9개인 반면 탈삼진은 75개에 달하는 압도적 투구에 힘입어 ‘언터처블’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21년 군에서 돌아온 엄상백은 10경기 4승 1패 평균자책점 4.10으로 1군 분위기를 익힌 뒤 작년 풀타임 첫 시즌을 맞아 KT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투수로 성장했다. 시즌 초반 부상 이탈한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의 공백을 훌륭히 메우더니 아예 선발로 정착해 10승 투수로 거듭나며 고영표, 소형준과 함께 막강 토종 트리오를 구축했다.
엄상백은 시즌 초반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전천후 투수로 뛰다가 배제성을 제치고 선발로 정착해 33경기 11승 2패 평균자책점 2.95의 커리어하이를 썼다. 9월 25일 NC전에서 데뷔 첫 10승, 10월 8일 KIA전에서 첫 선발 10승을 차례로 달성했고, 승률 .846를 기록하며 KBO리그 대표 에이스 김광현(.813·SSG)을 제치고 승률왕을 거머쥐었다.
단숨에 연봉 2억원 선수로 거듭난 엄상백의 2023시즌 각오는 남다르다. 그는 지난 29일 출국 인터뷰에서 “올해도 아프지 않고 풀타임을 뛰는 게 목표다. 아프지 않으면 모든 게 따라온다”라며 “2022년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올해는 우리가 무조건 우승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다시 한 번 정상으로 가서 우승을 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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