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지난 시즌 초반이었다. 자이언츠가 매서운 상승세였다. 한달 넘게 2~3위권을 유지했다. 그러던 5월 중순이다. 타이거즈와 홈 3연전이 열렸다. 첫 게임부터 팽팽했다. 6회까지 1-1이다. (5월 17일, 사직구장)
7회 초. 위기가 찾아왔다. 볼넷(최형우)과 안타(소크라테스)로 무사 1, 2루에 몰렸다. 마운드에 김원중이 투입된다. 전직 소방수답게 불길을 잡아준다. 주자 이동 없이 아웃 2개를 얻어낸다(삼진, 좌비).
이제 박찬호만 막으면 고비를 넘긴다. 5구째. 포크볼에 강습 타구가 나온다. 3루수 정면이다. 한동희가 잘 잡지만, 다음이 문제다. 짧은 거리 2루로 던진다는 게 빗나간다. 공이 빠져 베이스 하나를 헌납한다. 최형우에게 홈을 내주고 균형이 무너졌다. 결국 이 실책 하나가 3-4 패배의 결정적 빌미가 됐다.
여파는 컸다. 자이언츠는 이어진 2경기도 모두 잃었다. 홈 3연전을 싹쓸이 당한 것이다. 그러면서 순위도 7위까지 가라앉았다. 중위권 싸움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바로 다음 주. 치명적인 6연패(SSG, 키움)를 안았다. 그리고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실책의 당사자도 같은 궤도를 그렸다. 4월 첫 달은 펄펄 날았다. 24경기에서 타율(0.427) 홈런(7개) 장타율(0.764) 출루율(0.485) 1위를 달렸다. 최다 안타(38개)와 타점(22개)은 2위였다. 19경기 연속 안타로 맹위를 떨쳤다. 생애 첫 이달의 MVP도 수상했다.
그러나 5월 들어 싸늘하게 식었다.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이 계속됐다. 타격 지표도 함께 흔들렸다. 월간 타율이 0.221로 급락했다. 급기야 부상이 도졌다. 허리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5월 21일). 복귀까지 2주간 공백을 겪었다.
타격에 관한 재능은 부러울 게 없다. 폭발적인 파워는 리그 톱이다. 부드러움과 정확성도 겸비했다. 포스트 이대호라는 칭호가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늘 불안감을 안고 산다. 핫코너 수비가 발목을 잡는다. 간단한 수치로 일별된다. 3루수 중 최다 실책이다. 시즌 내내 19개를 범했다.
세부 지표를 살피면 더 심각하다. WAA(Wins Above Average)라는 게 있다. 평균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를 나타낸다. 리그의 평균치가 ‘0’으로 기준이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보다 상대적인 개념이 강조된다. 여기에 포지션 값이 감안한 데이터가 조정 WAA(WAA with ADJ)다.
‘스탯티즈’가 집계한 숫자다. 지난 해 1이닝이라도 뛴 3루수는 71명이다. 팀마다 5~7명씩은 기본이다. 삼성은 12명, 두산도 10명이나 돌아갔다. 이들을 조정WAA(수비)로 정렬했다. 상위권은 송성문(1.117), 문보경(0.853), 최정(0.553) 등이 차지했다.
문제는 꼴찌 그룹이다. 하위권 팀 소속들이 나온다. 69위 김태연(-0.241), 70위 노시환(-0.326)이 랭크됐다. 그리고 맨 마지막인 한동희다. -0.487로 꽤 차이를 보인다. 수비 득점 기여도를 나타내는 sFR RAA 역시 비슷하다. -6.41로 최하위다. (김태연 -3.10, 노시환 -4.18)
물론 데이터는 숫자일 뿐이다. 여전히 불완전한 개념이다. 오차도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느낌과 일치하는 경우는 신뢰도가 높아진다.
자이언츠는 뜨거운 겨울을 보냈다. 전에 없던 투자도 감행했다. 170억원을 들여 외부 FA 3명(유강남, 한현희, 노진혁)을 영입했다. 센터라인 강화라는 테마였다. 비FA(박세웅)와도 90억원짜리 계약을 성사시켰다. 나름대로 역대급 스토브리그였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이다. 과연 상위권 전력이냐는 반문이다. 이 중 핵심이 수비력이다. 특히 핫코너에 대한 걱정이 크다.
대안은 있다. 한동희의 위치 조정이다. 지명타자 또는 1루수로 돌리는 우회론이다. 문제는 효율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이 포지션에는 후보가 많다. 정훈, 안치홍, 전준우, 김민수가 물린다. 공교롭게도 우타자들이다. 캐릭터가 겹친다. 선택이 제한적이다.
대체 3루수도 고민해야 한다. 노진혁과 이학주가 메워야 한다. 이럴 경우 최상의 라인업은 어렵다. 중위권이면 몰라도, 상위권 도전에는 중량감이 떨어진다.
가장 이상적인 방안이 있다. 당사자의 각성이다. 일단 문제의식은 있다. 시즌 후 마무리 캠프가 있었다. 여기서 40일간 수비 훈련에 집중했다는 얘기다. 올해는 분명히 다른 모습일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강도 높은 체력 훈련도 함께 했다. 부상 없는 시즌을 치르겠다는 각오다. 자신만 잘하면 된다는 자성도 있었다.
어쩌면 30홈런보다 중요하다. 그건 내야, 무엇보다 핫코너의 안정감이다. 그게 롯데 부활의 핵심이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