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복용으로 커리어에 큰 오점을 남긴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4·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뒤늦게 심경 고백을 했다.
타티스 주니어는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과 인터뷰를 통해 근황을 공개했다. 지난해 9~10월 어깨, 손목 수술을 받은 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재활한 타티스 주니어는 이달부터 샌디에이고로 넘어와 팀 동료 투수 조 머스그로브와 함께 수중 훈련으로 새 시즌을 준비 중이다.
수중 훈련을 통해 신체와 정신 건강을 단련 중인 타티스 주니어는 “숨 쉬는 법과 물이 가져다주는 평화를 배운다. 물 속에 있을 때 침묵이 좋다”며 “무엇이 나를 기다리든 올해는 힘든 상황이 있을 것 같다”고 복귀를 앞둔 심경을 밝혔다.
지난해 8월 경기력 향상 물질인 클로스테볼 양성 반응을 보여 80경기 출장정지를 받고 시즌 아웃된 타티스 주니어는 올 시즌 개막 20경기가 지나 4월2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부터 복귀할 수 있다. 앞서 어깨 부상까지 1년 넘는 실전 공백도 걱정이지만 약물에 얼룩진 타티스 주니어를 바라볼 따가운 시선과 여론도 극복해야 한다.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타티스 주니어는 정신적으로도 준비하고 있다. 야유와 조롱을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타티스 주니어는 “난 평생 필드 안팎에서 야구를 봐왔다.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무엇에 대해 말할지 알고 있다. 어떻게 접근하고 받아들일지는 내게 달렸다. 답은 나와 있다. 어차피 난 야구를 해야 하고, 경기장에 돌아간다. 모든 곳에서 사랑받을 순 없지만 야유와 박수를 기대할 것이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지난 2019년 만 20세에 데뷔한 타티스 주니어는 첫 해부터 홈런 22개를 치며 주전 유격수로 자리잡았다. 2020년 단축 시즌 때 팀을 포스트시즌에 이끌며 MVP 투표 4위에 올랐고, 2021년 시즌 전 14년 3억4000만 달러 초장기 연장 계약을 맺었다. 이에 보답하듯 2021년 130경기 타율 2할8푼2리 42홈런 97타점 OPS .975로 맹활약, 내셔널리그 홈런 1위와 MVP 투표 3위로 가치를 증명했다. 3년 만에 메이저리그 대표 아이콘으로 떠올랐지만 부상으로 주춤하더니 금지 약물로 한순간 명예가 바닥에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샌디에이고가 챔피언십시리즈까지 진출하며 샴페인을 터뜨릴 때 타티스 주니어는 집에서 앉아 바라보기만 했다. 그는 “플레이오프에 내가 없다는 사실에 우울증이 왔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팀의 일원이 아니라는 사실에 심장이 찔린 것 같았다. 그 기분을 잊지 않고 다신 그렇게 되지 않게 할 것이다”며 약물 징계 후 동료들에게 사과한 순간을 “지금까지 경험한 것 중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 동료들의 얼굴을 보니 그들이 얼마나 마음 아파했는지 알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또한 그는 “내가 필드에 있었더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동료들과 떨어진 게 처음이었고, 그게 너무 마음 아팠다. 그동안 항상 성공을 해왔는데 처음으로 망했다”고 좌절감을 드러냈다.
커리어에 큰 흠집이 났지만 타티스 주니어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반성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머스그로브는 “타티스는 지금껏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것을 마주해야 한다. 힘든 상황이지만 잘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매일 펫코파크 주변에서 워크에식을 갖고 준비했다”며 “슈퍼스타로서 야구의 얼굴이 되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일이다. 과거 타티스 주니어는 앞에 나서지 않았지만 이제는 조금 더 마음을 여는 모습이 보인다”고 변화를 설명했다. 징계 전까지 개인주의 성향이 강했지만 지금은 주변과 소통하며 귀를 기울인다.
약물 징계 전부터 문제가 된 어깨와 손목 상태도 거의 회복됐다. 타티스 주니어는 “어깨는 완전히 나았다. 수술이 잘됐고, 느낌이 좋다. 손목도 거의 완치됐다. 처음 수술했을 때는 제대로 낫지 않아 25% 정도였지만 지금은 90% 정도 회복됐다. 100% 내 스윙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주부터 타격 훈련을 시작했는데 감이 좋다”며 “올해는 더 많은 감정들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야구장으로 돌아가길 고대하고 있다. 홈런을 치고 3루 주변을 도는 게 그립다”면서 그라운드 복귀를 기대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