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초중반 삼성 라이온즈 왕조를 구축했던 선수들 대부분은 이제 은퇴를 했거나 다른 팀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일단 삼성 소속 선수는 ‘돌부처’ 오승환(41) 뿐이다. 삼성 왕조의 중심이었던 박석민(38)과 왕조의 막내 심창민(30)은 이제 NC 다이노스의 난 자리를 채워주면서 버팀목으로 자리 매김해야 한다.
NC는 올해 전력 누수가 곳곳에 생겼다. 포수 양의지가 두산으로, 내야수 노진혁이 롯데로 FA 이적했다. 그리고 불펜투수 원종현도 FA 자격을 행사해서 키움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양의지의 공백은 FA 포수 박세혁을 영입하면서 어느 정도 채웠다. 하지만 노진혁과 원종현의 공백은 추가 영입 없이 기존 자원들로 메꿔야 한다. 강인권 감독은 일찌감치 적임자를 정해 놓았다. 노진혁의 공백은 박석민으로, 원종현의 공백은 심창민으로 채울 구상을 하고 스프링캠프에 돌입한다. 노진혁의 15홈런, 원종현의 13홀드가 사라진 것을 두 선수가 고스란히 채워주기를 바라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과거 삼성 왕조에서 ‘우승 DNA’를 갖추고 넘어온 선수들이다.
무엇보다 두 선수 모두 올해 백의종군, 절치부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박석민은 2021년 원정숙소 방역수칙 위반 논란으로 출장 정지 징계를 소화했고 지난해 돌아왔지만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한 채 시즌을 일찌감치 마감해야 했다. 팀에 힘을 전혀 보태주지 못했다. 지난해 16경기 타율 1할4푼9리(47타수 7안타) 2타점 OPS .489의 성적에 그쳤다.
심창민은 지난해 포수 김태군을 내주면서 데려왔다. 불펜의 핵심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다. 예비 FA라는 동기부여 요소도 있었다. 하지만 11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14.21의 초라한 성적을 거둔 채 지난 5월 14일 경기를 끝으로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팔꿈치 통증으로 재활을 하는데 시간을 모두 보냈다. 결국 FA 자격을 취득하긴 했지만 권리 행사를 포기했다.
박석민은 지난해 7억 원의 연봉에서 93%라는 역대 최다 삭감의 불명예와 함께 5000만 원에 계약했다. 심창민 역시도 2억8000만 원에서서 46%나 깎인 1억5000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대폭 삭감된 연봉은 결국 직전 시즌의 아쉬움을 나타내는 수치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하나의 동기부여 요소다. 그리고 사령탑 역시도 우선적으로 이들에게 믿음을 심어주고 있다. 강인권 감독은 29일 미국 애리조나 투산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3루수 자리에 서호철, 도태훈 등의 선수가 있지만 건강하다는 전제가 성립한다면 박석민에게 우선적으로 기회를 줄 것이다”라면서 “어떤 말을 안 해도 선수 본인이 어떤 자세로, 어떤 마음으로 올 시즌을 준비하고 임해야 할지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00경기 보다는 선발 출장할 수 있는 모이 되어야 한다. 개막전부터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한 시즌을 소화할 수 있는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라면서 재차 믿음을 드러냈다.
아울러 강 감독은 지난 1월 중순 신년회 자리에서 원종현의 이탈 공백을 심창민으로 채울 것이라고 말하면서 “심창민 선수가 다시 정상적으로 던질 수 있는 컨디션이 됐다는 보고를 받았다. 스프링캠프에서 몸 상태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겨울 주축 선수들을 놓치면서도 동시에 앞으로 주축이 될 박민우, 구창모 등과 장기계약을 맺으며 전력을 정비한 NC다. 하지만 NC 전력에서 박석민과 심창민은 여전히 변수다. 만약 이들이 변수의 이미지를 극복하고 확실한 전력의 버팀목이자 상수로 자리매김한다면 강인권 감독의 구상도 온전히 이뤄질 수 있고 팀 전력의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 /jhrae@osen.co.kr